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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스포일러가 차고 넘침.
<벼랑 위의 포뇨>를 시사회로 보고 나서, 왠지 미야자키 하야오의 다른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갑자기 찾아서 본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영화를 먼저 본 탓에 소설을 잃는 동안에도 성에 대한 모든 상상은 이것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T^T
황무지 마녀의 저주로 90세 할머니로 변한 소피가 어떻게 될까 궁금하기도 하고,
영상이나 음악이 아름답고 웅장해서 볼 때는 지루한 줄 모르고 열심히 봤건만..
아...!!!!!! 이거 도대체 무슨 얘기야???
..라는 게 영화 엔딩 올라갈 때의 솔직한 기분 -_-
(+) 엔딩 주제곡도 멋있군..
엔딩 장면..;;
뭐랄까. 이건, 상당히 불친절한 영화였다.
너무 친절해서 지루해져 버리면 그건 그거대로 곤란하지만..
이건 대체 뭐야. 너무 자기들끼리 일 벌려놓고, 자기들끼리 어느샌가 후다닥 마무리 지어 버리잖아?
어떤 리뷰를 보니, 소피가 하울을 사랑함에 따라 할머니가 됐다 소녀가 됐다 하면서 변화한다는데...
그럼, 소피의 마법이 풀린 게 하울과의 사랑이 이뤄져서냐고? 그런 거라고 영화 속에서 단 한 마디라도 힌트를 줬냐 이거지... -_-?
사실, 중반부에 상당히 급작스럽게 하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소피도 당황스러웠다긔. 엉?
하울에게 사랑 고백하고 있는 중;;
불꽃마귀 카루시파(캘시퍼)와 하울의 계약은 뭐였는지,
왜 갑자기 생뚱맞게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는 "미래에서 만나자"고 소리치는지...
아아- 영화를 다 본 후의 뒷맛이 이렇게도 개운하치 못 할 수가!!!
그게.. 그런건가? 그걸까? 정도의 대충 그런가보지.. 에서 영화가 끝나버린 느낌.....
...그래서 찾아서 읽어봤다.
원작 소설.
일단, 영화를 보구선 복잡했던 머리 속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는 원작소설에서 상당히 많은 부분을 덜어내고
전쟁에 대한 메세지라든가 소피와 하울의 사랑 같은 부분을 창작해 넣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소설의 설정을 다 녹여내지 못함으로써 보는 이에게는 상당히 불친절한 영화가 되어버린 거였다.
물론 긴 긴 소설의 이야기를 2시간여 영화로 전부 담아낼 수는 없을 거다.
그래도 좀 더 상냥한 영화로 탄생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크다.
캘시퍼와 하울의 계약에 대해서만 해도..
영화가 전개되는 동안 신나게 벌려놓은 이야기들을 한 방에 해치우려는 듯
쉬익 펑 쉬익 펑 어린시절로 빨려 들어가 별똥별 떨어지는 장면을 보여주는 건 좀 그렇지 않나? -_-
설정을 덜어내려면 아주 몽땅 싸그리 다 없애버리던지.. 애매하게 걸쳐놓은 듯한 찜찜함...
어린이 하울이 (후에 불꽃마귀가 되는) 별똥별과 계약을 맺는 중
나는 소설을 읽고 다시 한 번 그 장면을 보고 나서야 '아.. 이렇게 표현된 거구나.' 알아차렸다.
소설 속에는 캘시퍼와 하울의 계약을 알아내기 위한 복선이랄까, 힌트 같은 것이 등장하고
소피가 꽤 적극적으로 그것에 대해 생각하기 때문에 후에 밝혀지는 부분에 가선 퍼즐이 맞춰지듯 '아하, 그거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는데...
영화에서는 말하자면 계약에 대한 결말만 덜렁 보여준 셈.
시작과 끝만 있고 중간이 없는 이야기 같다고 할까..?
하울과 소피의 사랑이 이야기의 메인이라면 중간을 구구절절 늘어놓을 필요가 없긴 하다고.. 한 편으로 이해하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시작과 끝만 덜렁 보여주기 때문에 역시나 조금 불친절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다.
요 녀석이 불꽃마귀 캘시퍼, 애니메이션답게 귀엽고 깜찍하게 표현된, 이래뵈도 불꽃마귀^^
애초에 소설은 캘시퍼와 하울의 계약. 하울과 황무지 마녀의 관계. 하울과 궁중 마법사 설리만 이야기. 외모에 집착하는 하울의 성격 등을 주로 이야기한다. 결말 부분도 황무지 마녀와의 대결이고.
(영화 속에서는 상당히 허무하게 황무지 마녀가 힘을 잃어버리지만..--;)
국왕이 오래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힘겹게 찾아갔다가... '뿅'하는 순간 모든 힘을 잃어버린 황무지 마녀 -_-
영화는 위와 같은 이야기의 겉껍질만 빌려와서 보여주고는 후반부로 가면서 전쟁에 반대하는 하울, 하울을 사랑하는 소피 이야기를 한다. -_-
금발로 염색해야 되는데 실패하자 드럽게 녹색땀(?)을 쏟아내고 있는 하울
이를테면, 영화 속에서 머리색 염색이 잘못 되었다며 절망하는 하울이 등장하는데 영화 속 하울 캐릭터로만 보자면 굳이 없어도 될 장면이었다는 거다. 소설에서야 여성들에게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결국 자신밖에 사랑할 줄 모르는 (심장을 빼앗긴 캘시퍼와의 계약 때문) 하울을 드러내기 위한 장면이라지만. 전쟁에 반대하는 하울이.. 나르시스트적 성격이라는 건 별 연관이 안 되지 않는가?
나르시스트 하울씨, 머리색 염색하는 거 하나에도 상당히 민감하고 깐깐한 성격이다.
결국 소설을 읽음으로써 얻은 것은 영화 속 설정 중에 갸우뚱하고 한 번 더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답.
그러나 여전히.. 미야자키 하야오가 새롭게 창작해 넣은 부분들에 대해서는 명쾌하지 못한 느낌이 남아 있다. -_-;;
소피는 왜 잠자는 동안에는 소녀로 돌아오는 걸까?
캘시퍼가 하필이면 소피에게 '계약을 풀어달라'고 요청한 이유에 대해서도
"너라면 괜찮을 것 같았어." 정도로 때운(...) 미야자키 하야오인데..
대체 왜 소피가 할망구가 됐다가 소녀가 됐다가 하냐고 물어보면 안 되는 걸까? -.-;;;
소설에서 소피는 '말이 이루어지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 능력때문에 캘시퍼가 소피에게 계약을 풀어달라 요청한 것.
하울과 소피의 대모험(?)이 주내용인 소설과 달리 영화 속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전쟁을 반대하기 때문에, 반전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어서였다고 생각한다.
헌데...
전쟁을 끝내자고 말하는 궁정 마법사 설리만
하울과 캘시퍼의 계약이 풀린 걸 확인하자마자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이 궁정 마법사는..
대체 왜! 하울을 데려다가 전쟁에 투입시켰을까? -_-;;;
나름 반전영화인 것 같은데..
하울이 점점 괴물(악마)이 되어가는 이유는 마귀에게 심장을 주는 계약을 했기 때문일까? 전쟁 때문일까?
캘시퍼와의 계약에 대한 이야기가 초반부터 등장하고, 점차 괴물이 되어가는 하울을 보며 "그 저주 내가 깨줄께. 당신을 사랑하니까!"라고 외치는 소피를 보면.. 이건 마법과 악마와의 계약에 대한 이야기인데 말이야.
그럼 전쟁에 대한 것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개인적 취향? 단지 그것뿐?
생각해볼 수 있는 건, 전쟁을 통해 악마로의 변신이 가속화되었다는 거..?
주절주절 적다보니 생각이 정리되는 거 같기도 하고.. 근데 영화 한편 보고 나서 이래야 되나? 싶기도 하고(-.-)
다시 한 번 찬찬히 보면 놓친 부분들을 찾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두 번 보기는 싫다는... 핫...
캡쳐하느라 다시 보니 하울이 부적으로 준 반지가 꽤 큰 역할을 하는데, 소설엔 없는 설정.
벌려놓은 이야기를 마무리하기 위한 매개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반지가 이끄는대로 따라가니 모든 비밀이 풀려버리는... -_-;;;
어쩐지 영화에 대한 불평글처럼 되어 버렸는데,
대~충~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말아버리는 타입의 관객이라면 쏘쏘하게 볼 수 있을 수준이다.
어차피 마법사가 등장하는 판타지 영화니까.
그러고보면 내가 본래 판타지 영화를 즐기지 않기 때문에, 더 꼬장꼬장해졌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소설은 영화보다는 훨씬 정교하고 납득이 가는 흐름을 갖고 있다.
꽤 많은 인물이 얼키설키 엉켜있기도 하고.
그래도 애니메이션의 매력이라면, 역시나 귀여운 캐릭터가 아닐까나-
하울의 제자 마르크르 - 소설에선 사랑도 하는 캐릭터지만 영화에선 잘렸으므로 그냥 귀여운 꼬마로 (아래 스샷은 변신외투를 뒤집어 쓴 모습)
이 녀석 역시 미야자키 하야오의 창작물 - 궁중 마법사 설리만의 개 '힌'
그래도 귀여운 캐릭터는 역시 캘시퍼가 킹왕짱 +_+
영화 음악에 대해서는 절대 불평할 것이 하나도 없다.
뭔가 평화로운 듯 오묘한 분위기의 주제곡. 크하-
<결론>
영화만으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원작 소설을 읽어보자;;;
그러나 소설을 읽는다고 해도 미야자키 하야오가 새롭게 창작한 내용에 대한 궁금증은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 대충.. 하울은 전쟁 때문에 악마로의 변화속도가 빨라진 거라고 생각해버리고, 소피가 사랑으로 캘시퍼와 하울의 계약을 알아내면서 하울이 악마가 되기 전에 구해냈다고 생각해버리면 된다.
전쟁은 위험하고, 사랑은 위대하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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