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인가, 소설인가.. 『댓글부대』

댓글부대 장강명 장편소설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30일 출간

 리뷰 32개

1) 한동안 팟캐스트에서 엄청나게(?) 광고를 했던 기억이 있다. 꽤 오래전이 아니었나.. 싶었는데, 1년 반 정도 밖에 안 되었다니 놀랐음. 국정원 댓글부대 의혹은 한참 전부터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두 가지 기억이 엉켜있었던 모양인지. 혹은 이명박근혜 정권 하, 언제나 다사다난 했기 때문일수도.. 사건이 너무 많다보니 오래 전으로 기억한다던가 하는; 

2) 읽던 중간에 출간일을 확인했었다. 국정원 댓글부대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지금에 와서 보기에는, "있었던 일을 적은 건가?" 싶을 정도로 낯익은 이야기라서. 아, 이거 도대체 언제 나온 소설인데 이렇게 구체적(?)인 거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약간 비틀어놓긴 했지만, 아는 사람이라면 딱 보자마자 알 정도의 실제 존재하는 커뮤니티나 그 속성들에 대해서는 '진짜'라는 의심도 자주 생긴다. 그만큼 생생하게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다만, 국가가 앞장서서 '조작'을 일삼는 이야기가 이토록 사실적으로 와닿다니.. 나라의 비극이다. 

3) (소설을 쓸 당시에는 정말 그랬겠지만) 약간은 음모론 같은 이야기이기도 해서, 확실히 읽는 재미가 있다. 아무래도 요즘 젊은 사람들만큼 인터넷 커뮤니티가 가까운 세대도 없으니, 실감(?)도 나고. 

책은 꽤 쉽게 술술- 읽히는데, 문체의 영향도 있을 듯 하다. 군데군데 녹취록의 형태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인물이나 사건을 묘사할 때도 대화를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핵심이 되는 이야기만 집중해서 풀어놨고, 군더더기 같은 수사나 표현은 (거의) 없다. 인터넷 소설을 읽는 것 같이 쉽게 읽을 수 있다. 

어느 리뷰에 중학생 딸은 '어려워서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다'고 했다는 걸 보면.. 내 입장에서는 군더더기가 없었던 것이, 아직 정치 및 사회적 이해도가 낮은 독자층에게는 장벽이 될 수도 있긴 하겠다. (그렇다고 해서 대단히 높은 이해 수준이나 배경 지식을 요하지는 않는다.)

4) 요즘 세대나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들에 대한 분석(...)을 말할 때는 뜨끔한다. 정말 그래- 정말 그래- 하고 공감이 되어서. 물론 나는 활발하게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동감이 되더라니.. 

책 읽기 싫어하는 젊은이들이 보이는군요. 강연 문화는 책 읽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많을 때 흥합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미국처럼 강연회가 많아질 모양입니다.

그렇게 인터넷을 오래할수록 점점 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돼. 확증 편향이라는 거야. TV보다 훨신 나쁘지. TV는 적어도 기계적인 균형이라도 갖추려 하지. 시청자도 보고 싶은 뉴스만 골라 볼 순 없고.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들은 달라. 사람들은 이 새로운 매체에 어떤 신문이나 방송보다 더 깊이 빠지게 돼. 그런데 이 미디어는 어떤 신문 방송보다 더 왜곡된 세상을 보여주면서 아무런 심의를 받지도 않고 소송을 당하지도 않다. 커뮤니티 사이트들은 최악의 신문이나 방송보다 더 민주주의를 해치지.

쉽게 쓴 것 처럼 느껴지고, 빠르게 잘 읽히지만.. 사회 현상에 대한 통찰력이 녹아 있다. 군데군데.. 

5) 사람 하나 병신 만드는 거.. 참 쉽다. 조작질도 쉽고. 나름의 (씁쓸한) 한줄평. 

별점 ★★★★★

2017/08/09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