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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7(목)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슈퍼플렉스 G관

한줄평: 우리는 승리한 적이 없다.

​1) 영화를 보는 동안, 문득.. 상기한 점. 우리는 승리한 적이 없다. 재벌권력과 싸움을 벌였던, 저~ 옛날 시사저널(現시사IN) 사태 때부터, 정치권력에 차례 차례 잡아먹힌 YTN, MBC, KBS까지.. 언론을 통제하려는 권력의 포악함에 맞서, 승리한 적이 없다. 무척이나 슬픈 일이고, 어쩐지..무기력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 아직 있다. 벼랑 끝에 몰려, 간신히 두 발 디딜 곳을 찾아 버티고 버텨온 사람들. 다시 한 번, 지난 정권에서 내려보낸 암세포들과 싸우려고 하는 사람들. 이 영화는 그들을 위한 것이다. 어떻게 잡아 먹혀왔고, 어떻게 버텨왔는지, 왜 다시 싸워야 하는지를.. 잊어버린 바깥의 우리들을 위한 영화. 

얼마 전, KBS/MBC 노조 사람들이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해서 남긴 말이 다시 떠올랐다. 

"(시청률이 바닥을 기는) MBC는, 차라리 아무도 보지 않기 때문에 낫다. KBS(뉴스)는 아직, 시청률이 잘 나온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부역하는 왜곡, 찬양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는 것이다." 라고 (대충..;;)

개비씨, 엠빙신은 그냥 버려!가 아니라.. 여전히 싸워야 하는 이유.

2) 영화에는, 정권의 개들이 다수 출연하는데. 이들의 변명이랍시도 던지는 궤변이나,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취할 수 없을 것 같은 뻔뻔한 태도가, 오죽하면.. 웃음을 유발 한다. 그 지점이, 이 영화의 유머 코드다. ㅆ..ㅂ.. 

해고무효 소송의 판결이 날 때까지 몇 년은 걸린다는 점을 이용, 불법적으로 PD들을 해고. 심지어 스스로 '내가 불법으로 해고했지~'라는 녹취까지 나왔음에도, 오히려 영전한 개.새.끼.들이 지금도 방송국 안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3) 경찰이나 검찰은 '견찰' 소리 들어도 억울할 것도 없다. 정치적이고 속물적인 몇몇의 일탈이 아닌, 조직적으로 언론 탄압에 협조한 자들. 

4) 언제나 밝고 명랑하게 재미있게 저항하는 것으로 알려진 MBC 김민식 PD(페이스북)가, 우는 모습을 처음 봤다. 영화를 통해서. 더러운 벌레들에게 잡아먹힌 언론이라며, 우리들이 모두 똑같이 쓰레기 취급을 할 때, 그 안에는 아직 저항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5) 정말 씁쓸했던 건 '아아- 대한민국이 괴물이 되어버렸구나' 라는 게 느껴졌을 때다. '정의'라는 거창한 이름까지도 필요 없는 거 같다.. 

지난 두 정권 동안 승승장구했던, 그리고 아마.. 그걸 기반으로 여전히 떵떵 거리며 살아갈 더러운 벌레들이 장악한 사회라는 건..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무고한 사람들을 잔인하게 짓밟고 내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너무 당연한 괴물들의 사회다. 그리고.. 정직하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는, 힘이 없다. 힘이 없어. 

6) 문득, 뉴스 앵커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잘 어울렸을 것 같은, 저항 끝에 MBC를 떠난 몇몇 아나운서들의 얼굴도 떠올랐다. 예능 프로그램에는 맞지도 않는 사람들이.. 설 자리를 잃은 채,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

7) 이기지 못할/못한 싸움을 한 것에 대해 한 퇴직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우리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우리는 불의한 권력에 맞서 저항했다"는 기록이라도 남겼다고. 

이 영화가, 바로 그 기록의 한 형태일 것이다. 애초에 PD수첩과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PD들이 만든 영화이고 하니, 상업오락영화와 같은 스타일이나 재미(?)를 기대할 순 없는 영화다. 어찌보면.. (구성도 내용도) 2시간 짜리 PD수첩을 보는 것 같기도 한데. 이명박 이전의 PD수첩에서 다룬 이슈가, 얼마나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는지를 생각해보면.. 그것이 이 영화를 봐야 할 의미가 된다. 기록을 기억하기 위해서.

8) 그 외, 기억에 남는 영화 속 코멘트 몇 개

"언론을 감시견이라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짖어야죠."
"언론이 질문하지 못하면, 나라가 망합니다." (그리고 망했더랬지..)

9) 관객과의 대화에서, 김민식 PD의 말도 기억에 남았다. 

KBS/MBC 사장의 임기가 아직 남았는데.. 우리들이 쟤네들처럼 위법과 폭력으로 쫓아내지는 못할텐데.. 라는 질문에
"대통령도 임기가 있었죠. MBC 사장은 대통령보다 훨씬, 쉽습니다."

덧) 시사회가 진행된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슈퍼플렉스 G관은 '세계에서 제일 큰 스크린'이랜다. 대관하면서 홍보 멘트 요청이라도 받았는지(;;) 이 말을 여러 번 했는데.. 그 큰~~~~ 스크린으로 이명박, 박근혜 얼굴을 보는 기분이 참.. 잣 같았다. 썅.

영화 보러 가실 분들은, 가급적 작은 스크린을 권장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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