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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지은이) | 김난주 (옮긴이) | 재인 | 2012-03-16 | 원제 新參者 (2009년)

7/18 Fin.


"가가 씨는 사건 수사를 하는 게 아니었나요?"

"물론 하고 있죠. 하지만 형사가 하는 일이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사건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역시 피해잡니다. 그런 피해자들을 치유할 방법을 찾는 것도 형사의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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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가, 에 대해 한마디로 보여준 대화라고 생각한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누가, 무엇 때문에 벌인 일인지 알아내기 위한 과정, 그리고 마침내 범인을 잡는 것까지 - 흔한 추리소설의 공식을 따르고는 있지만. 작가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살인에 직접 관여되어 있는 피해자/가해자뿐 아니라, 종종 쉽게 간과되고 마는 - 비록 연결고리는 조금 약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그 주변에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을 포함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 인 것 같다.

추리소설 전문(?) 작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고, 이야기의 시작은 언제나 대체로 시체의 발견으로부터 비롯되지만. '소년탐정 김전일'류의 픽션이 '추리(과정)'를 주요 목적으로 한다면, 히가시노 게이고는 언제나 사건 속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했다. 내가 그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다만, 이전에는 주로 살인자, 공범자, 피해자 등.. 사건의 당사자들에 대해 이야기를 썼던 것 같은데 (i.e. 백야행, 용의자X의 헌신...) <신참자>에서는 사건의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뿐 아니라, 조금은 느슨하게 엮여있는 - 소설 속의 관계로 봐도 피해자와 딱히 친분이 없는 -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다. 위 대화에서 '피해자'의 정의를 꽤 넓게, 정의한 것과 같이. 

​책은 총 9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고, 대략 9가지의 짧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는 가족의 이야기부터, 살인자의 사정까지. 사건 수사에 협조적이면서도, 형사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지는 않는 사람들. 이들이 감추고 있는 사정이 하나씩, 밝혀지는데. 대부분 알고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내용. 그래서 처음에는 살인 사건이라는 핑계(?)로, 미담을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한 소설인가 했다. (작정하고) 미담 & 옴니버스 구성 = 내가 딱 싫어하는 글이라.. 처음 2~3개 챕터를 읽는 동안은 좀 투덜거렸더랬다. 뻔한 얘기를 늘어놓으려나 싶어서. 

살인사건과의 썩 관계 없어 보이는 초반 몇 에피소드를 읽는 동안엔, 이게 무슨 오지랖 스토리인가 싶었지만.. 잠자코(?) 읽어가다 보면, 어느 틈엔가 이야기는 사건의 중심에 들어가 있다. 오른쪽 허벅지 가렵다는데, 외쪽 허벅지 긁는 시늉을 하고는 있지만. 

결론적으로, 사건과 연관성이 높은 인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는 중반부.. 정도부터는 한 숨에 후다닥 읽어내려갈 정도로, 집중해서 봤다. 무심하게 던져준, 짧게 등장하고 지나간 인물이 다음 챕터에서 혹은 다다음 챕터에서 아귀를 맞춰주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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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이름만 등장하다가, 마지막 챕터쯤 형사들의 이야기도 짧게 소개가 되는데... '가가'도 그렇고, '우에스기'도 그렇고, 히가시노의 다른 소설에서 본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든다. 짧게 요약해 언급된 이들의 과거도 어쩐지 낯설지가 않고.. 

이 둘은 아니지만, 히가시노의 소설에서 캐릭터가 재등장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런건가? 싶기도 한데.. 히가시노의 소설을 읽는 게 하도 오랫만이다 보니, 짐작이 어렵다. 으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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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 꽤 몰입할 수 있었기 때문에, 흡족한 마음을 담아 

별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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