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처음에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를 이용할 생각이었다.
평일 출-도착이었기 때문에 시간대가 고정된 할인항공권이 아니라, 가는 편 오는 편을 직접 골라 타더라도 약 15만원 정도면 1인 왕복항공편을 구매할 수 있었다.
출-도착 시간이 고정된 할인항공권의 경우 9~12만원 정도까지 가격대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친구와 해외여행을 간다면야.. 숙소를 저렴한 걸 잡으면 되니 저녁 늦게 도착하는 비행편도 괜찮지만 – 또 해외로 나가는 건 조금 더 피곤한 일이니 한 숨 돌리고 다음날부터 관광을 나서는 것도 나쁘지 않고 – 이번 여행은 엄마와 함께 떠나는 거라 좋은 호텔에 묵지는 못해도 민박이나 저렴한 모텔급 숙소는 피해야겠다고 생각한 터였다. 저녁에 도착하면 1박 숙박비가 추가되는 셈이니 - 결과적으로 할인의 효과를 적어지기도 하고 - 서울에서 오후에 출발하고, 제주에서는 아침에 출발하는 할인항공권은 배제하기로 했다.
그러다가 문득 저가항공사가 떠올랐다. 찾아보니 한성항공이나 제주항공의 가격이 꽤나 저렴했다. 제주항공보다 한성항공이 조금 더 저렴해서 왕복 10만원(1인) 수준이었다. 친구와 가는 거라면 무조건 저렴한 쪽을 선택하지만 ^^; 이번 여행은 쭈글쭈글 늙은 엄마와 떠나는 것이어서, 관련해서 검색을 조금 해봤다.
처음에는 좌석이 좁아 부모님들이 타기에는 불편하다는 얘기도 있고 해서 망설였는데, 홈페이지에서 탑승객 사진을 보니 (승무원이 기내에서 디카로 사진촬영을 해주고, 홈페이지 업로드해준다.) 뚱뚱한 아저씨가 앉아있는데 그렇게까지 좁아 보이진 않아서 괜찮겠구나 싶었다. 또, 날씨가 좋으면 마술을 보여준다는 얘기도 있고, 무엇보다 작은 비행기라 낮게 날기 때문에 창밖 풍경을 보기에 더 좋고, 착륙할 때도 큰 비행기보다는 안전하다는 말에 마음이 확.. 당겨졌다. 물론 저렴한 가격과 버스를 타고 이동해서 비행기에 오른다는 둥 경험해보지 못한 걸 선택하고 싶은 욕구가 기반에 깔려있긴 했다. 안전하다는 누군가의 말에 도화선이 당겨진거지. ㅎㅎ (실제로, 과학적으로 더 안전한지는 잘 모르겠음. 그냥 누군가의 포스팅에 그렇게 써 있었다는 것 뿐; -0-;;)
직접 이용해 본 결과,
일단 좌석은 그렇게 불편하지 않다. 그냥.. 일반적인 이코노미석 생각하면 된다. (이코노미석 자체가 기본적으로 그리 넓지 않다는 사실은 기억해둬야 한다. -_-)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를 탔어도 비슷했으리라 생각한다. 또 1시간 정도 가는 거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창밖 풍경은.. 잘 보인다. 사실 내가 제주도를 처음 가 보는 거라서 다른 항공사보다 더 낮게 나는 것인지, 제주행 비행기가 다 그 정도에서 날아다니는 것인지는 모른다; 다만 해외를 나갈 때는 보통 이륙 후 얼마 지나면 구름 위를 날아가는데, 제주행 비행기는 구름 밑을 날아갔다는 정도는 알 수 있었다. ^^;
정작 재미있었던 것은 “탑승하는 순간”이었는데,
어떤 포스팅을 읽다 보니 비행기를 탈 때 버스를 타고 간다는 얘기가 있어서, 나중에 생긴 항공사라 탑승구가 멀어서 거기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는 줄 알았다. -_- 그래서 김포공항에도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도착했었는데. 아, 그러고보니.. 국내선 비행기를 이용하는 게 처음이라.. 김포공항에 국제선청사와 국내선청사가 별도로 있다는 걸 이 때 처음 알았다;;;
암턴;; 탑승 수속을 밟으러 갔더니… 양편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수속창구가 쫘~악 늘어진 가운데 저가항공사는 끄트머리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나마 제주항공은 CI 색상이 오렌지색이라 눈에 잘 띄었는데 (한성항공보다 약간 더 크게 자리를 잡고 있기도 하고), 청록색이 CI 색상인 한성항공은 카운터도 단 1곳인데다가 완전 끝단에 위치하고 있었다. -_-
왠지 불쌍(?)해보이더라는… ^^;;;
티켓팅을 하고, 오전 비행기라 아침을 못 먹고 나왔기 때문에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사 들고 게이트를 찾아갔다. 보통 게이트 앞에는 대기좌석이 있기 마련인데.. 화살표를 보고 보기에 딱 게이트인 곳으로 갔더니 옆 번호 게이트였다. 휘휘 둘러보니 바로 옆 역시나 좀 구석진 곳에.. 귀엽게(?) 자리잡고 있는 한성항공 게이트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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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만 해도 그냥.. 여기는 다 작네. 귀여워-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기다렸다. 또, 보통 게이트 앞에서 기다리면서 탑승을 위한 통로 끝에 비행기가 서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10번 게이트 근처에서는 비행기가 안 보이고, 탑승 시작시간이 다 되어가도 게이트 앞 직원이 별다른 움직임도 없고 해서 그냥 좀 지연되는 건가? 하고 기다렸다. 결국 티켓에 적힌 탑승 시작 시간보다 약 4분 정도 지나 게이트가 열렸고…
계단을 걸어 “내려가면서도” – 보통은 바로 탑승통로로 이어짐 - 왜 탑승통로나 비행기가 안 보이는 거지? 하고 있었는데…
바로 여기에서부터 버스를 타고 비행기 코 앞까지 이동하는 거였다!!!
계단을 신나게 내려갔더니 한성항공 CI 등으로 래핑한 버스가 앞, 뒷문을 모두 열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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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리면, 이렇게 승객들을 제주도까지 태우고 갈 비행기가 아담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다.
얼마나 작은 비행기인지는 서 있는 비행기 옆에 서 있는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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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항공을 그저 '싼 비행편'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작은 비행기라서 저가로 날아다닐 수 있는 거구나 하고, 실물 비행기를 보고 나서.. 그제서야 깨달았다. (운행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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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헐리웃 영화에서나 보던 건데. ㅋㅋ
대통령이 전용기타고 타국을 방문할 때 - 탑승통로를 이용하지 않고 (비행기가 작으니까 그렇겠지만;) -
저렇게 생긴 비행기 문 바로 앞에 서서 손 흔들며 계단을 내려오지 않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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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문으로 타면서 바라보니, 비행기 앞쪽 끝까지 다 보이는 아담한 크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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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내부에 비치된 안내물을 보면 총 좌석수 68개라고 나와 있다. 작은 비행기라서 연료 소모량이 적다는 것도 함께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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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에 좌석 4개. 가운데로 한 사람 정도 지나다닐 수 있는 통로. 이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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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좌석 뒤통수에 달린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뭘 보면서 갈까.. 생각했건만.. -_-
좌석 팔받침에 이어폰 꼽는 단자도.. 물론 없다.
(굳이 거듭 말하지만-_-) 국내선을 처음 타 봤으므로...
이게 저가항공이라 없는 것인지, 국내선은 비행시간이 짧아 다른 비행기에도 원래 없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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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리에 앉아 아직 탑승 중인 사람들과 바깥 풍경을 담아 봤다.
탑승통로를 지나 곧바로 비행기 문 앞에 도착하는 코스가 아닌, 버스를 타고 넓은 공간으로 이동하여 계단을 걸어 올라 비행기 안으로 들어온다는 것이 내겐 꽤 재미난 경험이었다.
아마.. 동남아시아에서 경비행기를 타면 이것과 유사하려나? 생각하면서.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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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즐거움 중의 하나는 승무원이 구명조끼 착용방법 등을 설명하는 장면을 라이브로 볼 수 있다는 것!
큰 비행기는 승무원이 직접 선보인다 하더라도 군데군데 가려져 보이지 않는 좌석이 많아, 앞 좌석 뒤통수에 달린 액정 디스플레이나 큰 화면에 플레이되는 녹화장면을 봐야 하는데 말이다.
그리고...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는 또 다른 종류길래, 또 몇 장 기록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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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모르게 촬영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모자이크 처리 ^^;
비행기가 KTX도 아닌데; 마주보고 앉는 좌석이 있었다. -_-;;;
승무원이 구명조끼 입고 있는 위 사진을 보면 제주행 비행기는 승무원 양 옆이 모두 좌석인데, 김포행 비행기는 앞에서부터 3줄 까지는 왼편에만 좌석이 있고, 자투리 공간을 살려(?) 오른편 좌석은 뒤로 앉게 만들어두었다. KTX는 저렇게 마주 보고 앉는 네 좌석을 동반자석이라 부르며 할인을 해주는데... 여기도 할인해주나..? ^^;
뭐.. KTX 처럼 뒤로 간다고 해서 특별히 더 머리가 아프거나 할 거 같지 않긴 한데, 그래도 뭐... 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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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 사진은 한성항공 홈페이지에도 공개되어 있는 것이고 해서, 얼굴 가리지 않았음 :p
이 사진을 보면 좀 더 분명하다. 승무원 오른편이 좌석이 아님. (왼편엔 좌석이 있고, 거기 앉아 있는 승객들 뒤통수가 찍혀있다.) 이쁜 승무원 언니(?)가 산소호흡기 착용방법을 라이브로 보여주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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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내려올 때는 뚜껑(?) 있는 계단이다! 비행기가 서고 창 밖을 보니 있으려니, 한성항공 조끼를 입은 직원이 저 계단을 두 손으로 밀며 다가오고 있었다. -_-
제주행 비행기는 뒷문으로 타고 뒷문으로 내렸는데,
김포행 비행기는 계단을 붙여 앞문으로 타고 앞문으로 내렸다.
어두워서 잘 안 보이기는 한데, 비행기 머리 쪽 창문을 보면 조종사가 앉아 있는 것도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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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바로 게이트까지 승객들을 태워주는 버스!
앞으로 볼 일이 없을 테니 기념(?)으로 한 장. ㅎㅎ
일반 비행기와 다른 점이 많았기 때문에 '한성항공'은 꽤 재미난 경험이었다. :)
게이트를 내려가 버스를 타고 비행기까지 이동하는 게 좀 번거로워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버스에 왠만큼 사람이 차면 - 좌석이 전부 차고 몇 명 서 있는 수준 - 버스가 바로바로 움직인다.
실제 비행시간은 6~70분 정도인데, 티켓에 또는 예매할 때 비행시간이 약 90분 정도로 표시되는 건 버스를 이용한 이동시간 + 비행기에 앉는 순간까지 모두 포함한 것이다.
비행기가 작고, 탑승객 수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짐이 바로바로 나오는 것 또한 장점이다.
비록 제주행 비행기에서 잠시 조느라 제대로 못 봤지만, 비행 중에는 어린이나 외국 승객들에게 풍선으로 강아지, 꽃, 모자 등을 만들어서 나눠주고 있었다. 왠지 모를 훈훈한 풍경.
물론, 단점이 없진 않았다.
새 비행기를 들여온 게 아니기 때문에, 또 작은 비행기이기 때문에 엔진의 소음이 매우 심했다. 중고 비행기라는 게 가장 큰 원인 일거라 생각하는데, 그래도 비행기가 좀 넓었으면 소리가 분산(?)되는 효과가 조금이라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봤다. --; 가운데 자리 말고, 오며 가며 앞/뒤쪽 좌석에 앉게 되었는데, 둘 다 시끄러웠다.
서울로 올라오는 비행기에서는 승무원이 귀마개를 나눠주기도 했다. -_- 근데.. 내가 기계 가까이에 앉아 있어서 더 그랬는지 몰라도 (적어도 가운데 부분보다는 더 시끄럽지 않았을까 싶다) 귀마개로 귀를 막아도 그리 편하진 않았다. 소음을 계속해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몇 만원이 더 들더라도 앞으로는 제주에 갈 때 좀 더 큰 비행기를 타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포스팅을 하고 있으려니 왠지 또 그리운 마음이 들기는 한다. 소음은 심하긴 했지만, 다른 아기자기한 점들이 여전히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D
좌석에 앉아 너무 시끄럽다고 투덜대고 있으려니, 옆에서 엄마는 5만원 아낄 수 있다면 이 정도 소음은 아무 것도 아니다. 앞으로도 이 비행기를 타겠다고 응수한다.
이번 여행 경비는 몽땅 내가 냈구만. ㅋㅋ
그래도 대한항공/아시아나 대신에 한성항공을 이용한 덕분에 둘이 합쳐 10만원 돈 아끼긴 했다.
덧붙여 색다른 경험까지.
한성항공 이용에 대한 마무리는 간단하게 하겠다. ㅎㅎ
◎ 한성항공, 이런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거 좋아하는 사람. 색다른 경험을 즐기는 사람. 소음에 강한(!) 사람. 가격이 중요한 사람
(물론 소음을 제외하고 가격이 더 싸다고 해서 비행품질(?)이 더 나쁘진 않았습니다. :p)
◎ 한성항공, 이런 사람들은 피해야 한다:
소음에 민감한 사람, 하던대로 하는 게 좋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