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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목) 10pm 

서현 CGV



[시작부터 사족]



1. 집 앞에 극장이 2군데나 있는데다가, 걸어서 10분 이내 거리이기 때문에 

2. 누군가와 함께 영화를 보는 행위는 ‘영화’보다는 ‘누군가와 함께’에 방점이 찍히기 때문에

3. 영화에만 집중하고 싶다면 혼자 보러 가는 게 시간 내는 거나 여러모로 편하기 때문에


그 동안.. 보고 싶은 영화가 생기면 훌쩍 예매해서 슥 보러 다녀오곤 했었다 


그러다가..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시간 때우기 같은 생각이 들어서 (영화를 보는 취미 자체가 그렇다기 보다는, 영화가 나에게 차지하는 중요성이 그냥 그 정도인거 같아서) 

그다지 심도 있게 즐기지도 못하면서 괜히 돈 쓰는 거 같아서 (뭐.. 전반적으로 삶의 모든 것에 회의적인 태도가 될 때가 있다 ㅎㅎ)

마침 CGV가 희안하게 좌석 티켓을 변경하기도 했고 해서 (-_-)


아.. 이제 극장 가서 영화 안 봐야지, 했다 


사실, 개봉하는지 모르면 모르는 대로 안 보고 지나가는 게 영화기도 하니까 


그래서 ‘주토피아’가 알음알음 입소문이 퍼지는 영화라는 건 알았지만, 픽사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워낙 좋아해서 왠만하면 보는 편인데도, VOD 나오면 찾아볼까.. 하고, 그냥 그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대화 종료 후 다시 카톡을 탈퇴해서 (알수없음)이 되어버림 -_-a



그러니까.. 한 4년 가까이 연락 없이 지내던 대학 동창 J양에게 불쑥 카톡 메시지가 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카톡 프로필 사진도 없는데다가, 등록되지 않은 친구가 뜨면서 ‘아무개야!!’하며 나를 찾길래.. 순간 해킹 당한 건가 생각.. 그 옛날 네이트온에서 친구를 사칭하며 돈 빌려달라던 그런 게 막 떠오르면서 뜨뜻미지근하게 ‘하.. 하이..?’ 하고 반응했더니 ‘반응이 왜 그 모양이냐며’ ㅎㅎㅎㅎ 


그럼에도 선뜻 믿을 수가 없어서(…) – 왜냐면, 나 분명 전화번호 등록되어 있는 친구인데? 등록 안 된 친구라고 뜨니 말이다.. – 전화번호 불러주면서 혹시 바뀌었니? 하고 물어보았더니 그 번호 그대로라고, 안 바뀌었다고.. (근데 대체 왜 등록되지 않은 친구이지?)


암튼, 그렇게 미심쩍음을 버리지 못한 채로 대화를 이어나가는데 ㅎㅎㅎㅎ


약 4년 만에 연락 온 친구 왈, 오늘 만료되는 CGV 예매권이 있는데 1장이다. 너라면 갈 수 있을 거 같아서. 라고 ㅋㅋ 


그렇게 보게 된 <주토피아>인 것이다 ㅎㅎ 


사실, 친구가 자기 계정에 들어있는 예매권이라서 본인이 직접 예매해야 한다며, 예매하고 좌석 지정해주고 예매번호 보내주는 그 순간까지.. 얘가 걔가 맞나.. 확신하지 못 했던;; 


왜 등록 안 한 친구로 뜰까? 하고 물어보니, 카톡 평소에 안 쓴다고. 나한테 말 걸려고 방금 카톡 가입(…) 했다고 -_-; 그러구선 이제 볼 일 끝났으니 도로 탈퇴할 거라고; 그렇게 잠시 짧은 대화를 나누려는 참 “야~ 둘째 똥 쌌어”란 말을 마지막으로 사라져.. 갔다 (애가 둘인 유부녀이다) 



[안 읽어도 그만인 얘기 끝]



여튼, 이런 경위로 공짜로 봤단 이야기 


영화는.. 그럭저럭 평이했다. 욕 나오게 못 만들지도,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할 정도도 아님. 


워낙 좋은 얘기 많이 듣고 가서 오히려 실망한 거 같기도 한데.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라는 둥. 개봉 후에 입소문을 통해 1위 탈환을 했다는 둥. 캐릭터가 너~무 귀여워서 반할 거라는 둥.. 그 모든 칭찬들이.. 독이 되었어 ㅎㅎㅎㅎㅎㅎ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이라는 평가는 왜 나왔는지 알겠다. 전반부가 심히 뻔~한 아동용 스토리텔링이었다면, 그에 대비해 후반부는 확실히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느낌. 애들은 재미없겠지. 


“씨네타운 나인틴”에서도 아들 데려갔더니 후반부부터는 집중력을 잃었다고 하는데.. 이해가 된다. 헌데, 아동에게 너무 어려운 이야기라고 해서.. 어른들이 들을만한 이야기인가?는 의문.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편견을 갖지 말자'는 "좋은" 의미라는 건 알겠다만. 그러므로 어른에게 더 적합한 메시지인건가? 


오히려 난, 아동용+어른용이 섞여 있어 되다만 이야기 같은 느낌도. 


“씨네타운 나인틴”에서는 <주토피아>를 가리켜 클리셰를 집대성한 영화라고도 평가 하는데. 아아- 그거 무슨 말인지 너무 잘 알겠다. 장면 하나하나를 꼬집어 이것도 클리셰! 저것도 클리셰! 라고 할 순 없지만 (나는 그 정도의 영화 매니아는 아니라능 -3-) 신선함 따윈 1도 없긴 했어. 


내가 좋아하는 헐리우드 애니메이션만의 신박한 창의성이 그닥 눈에 띄지 않았다고 할까..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이야기나 장면의 짜집기를 잘했다.. 그냥 그런 수준인 거 같음. 사실, 이것도 내가 한 말 아님. “씨네타운 나인틴”에서 한 말 ㅋㅋ 


뭐 그래도 “씨네타운 나인틴”에서는 상당히 고평가해줬던데.. 난.. 내 돈 주고 봤으면 좀 짜증났을 것도 같음 -.,-; 


메시지는 고차원적(?)이라고 하나.. 기본적으로는 애들 보라고 만든 것 같은 정도의 만듦새. 왜 이 영화를 아동용으로 마케팅했냐고, 잘못 되었다고 하던데.. 이 영화를 처음부터 “어른을 위한 동화”로 이야기하면 더 욕 먹지 않았을까? 진짜 어른들을 위한 스토리텔링은 ‘인사이드 아웃’ 정도는 돼야지 

(그리고 이 영화는 아무 기대 없이 봐야 만족도가 높을 듯..)


“씨네타운 나인틴”의 이승훈PD는 신자유주의적 스탠스를 은근슬쩍(?) 설파하는 영화라고 혹평을 하기도 하는데.. 첨엔, 어디가? 하고 생각하다가 듣다 보면 뭔 얘긴지 설득이 됨. 근데.. 그런 고차원적(!)인 이야기까지 갈 것 없이.. 그냥 뻔하고 진부한 얘기라 별 감동이 없었다 -_-; 


반전이랍시고 넣어둔 것들 조차 클리셰 덩어리… 랄까. 귀여운 정도. 


그리하여 내 별점은 ★★★


뱀발. 나한테는 캐릭터도 그냥 뭐 저냥 뭐.. 그렇게 귀여워 귀여워 외칠 정도도 아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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