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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3, 2016

『프랑켄슈타인』

충무아트홀(8pm)


공연 시작 전


옆 자리에 앉은.. 젊은 아줌마 두 분


공연을 왜 8시에 시작하냐며, 시간이 너무 늦다며. 10시나 되야 끝나는 거 아니냐며. (뮤지컬은 보통이.. 3시간) 저녁 딱 먹고 - 기다리는 시간 없이 - 바로 시작하는 시간에 하면 얼마나 좋으냐며. 


일단, 직장은 안 다니는가봐.. 라고 생각. 아마도 팔자 좋은 삶(?)을 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 

다만, 팔자는 좋은데 평소 공연 보는 취미는 없었던 모양 



아역 퀄리티 좋고


「빌리 엘리어트」때, 아역 배우에게 크~게 데인 후로.. 애들은 좋아해도, 어린이가 무대에 서는 것에 대해서는 좋지 않은 이미지가 남아 있었는데..


여기 나오는 아역 배우들은 한결 같이, 노래도 잘 하고, 연기도 튀지 않고 편안하게 잘 녹아들더라 - 물론, 빌리 엘리어트 만큼 아역 비중이 높은 공연이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등장 씬이 꽤 되긴 했다. 그리고 모든 장면에서 튀는 것 없이 잘 연기해주었다.  



My First 뮤지컬 스타


대략 20년 전쯤, 처음으로 본 뮤지컬은 「그리스」였고, 그 때 주연 배우가 바로 '유준상'이었다. 그 때부터 워낙, 잘하는 사람이긴 했지.. 아직 TV에서는 신인 탤런트 정도였으나, 무대에서는 이미 주연을 꿰찰 정도였던 거니 


생각해보면, 내가 유준상에게 가지고 있는 배우로서의 신뢰나 호감에 비해.. 막상 본 작품은 거의 없다시피한데. (그리스, 삼총사.. 그리고 이번에, 프랑켄슈타인;;)

처음으로 본, 너무 재미있게 본, 뮤지컬의 주연이었던 데서 오는.. '각인' 효과라도 있는 걸까. ㅎㅎ 어쨌든 그는 나의 '믿고 보는' 배우 중 한 명. '프랑켄슈타인'이 창작 뮤지컬이라 아주 야아아악간 미심쩍음이 있음에도 기꺼이 보러 가기로 했던 절대적인 이유가 바로 유준상이니. 


(자고로, 무대 공연이란 좋은 작품을 나쁜 배우가 망칠 수 있고, 나쁜 작품도 좋은 배우는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베스트 컷을 모아놓은 영화/드라마는 다르기 때문에. 배우의 호흡을 직접적으로 보고 느낄 수 있으며, 눈 앞에서 펼쳐지는 장면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줘야 하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공연을 위해서는 배우가 절대적이라는 생각) 


그나저나, 이 아저씨.. 이제 거의 50 아니던가. 배우로서의 자기 관리가 어찌나 철저하신지를.. 봉긋 솟은 엉덩이를 볼 때마다 느낌. 왠만한 젊은이보다 우수한 힙업 상태!! 외모 뿐 아니라, 발성도 좋고 성량도 좋고. 초반부터 쎈(?) 노래라 목이 덜 풀렸던 탓일까.. 처음 몇 곡은 발음도 영~ 안 들리고, 아잉 왜 저래 싶었는데.. 차차 나아졌음


워낙, 유준상 캐스팅만 챙겨서 간지라.. 나머지 캐스팅은 누구여도 별 상관 없는 맘으로 가서 앉아 있었는데(;;) 


괴물 역할 배우 또한 노래 발음도 좋고, 괴물로 변하게 된 뒤 몸을 쓰는 것도 잘 하더라. 연기 잘 하더라.

누나 역할 배우도 노래를 워~~~~~~낙 잘 해서 귀에 팍팍 꼽힘. 뭐.. 원체 유명한,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서지영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


자연과 신을 거스르는 인간을 다룬 이야기이기 때문에 대체로 어둡고, 거대한.. 장엄한 느낌을 주는 씬이 많았고, 전반적인 분위기 또한 진지하고 심각. 그래서였을까. 너무 진지한 게 걱정이라도 된 건지. 말장난 같은 유머 코드가 중간 중간 들어가서는.. 풋~ 하는 얕은 웃음을 유발하려는 노력이 보였는데... 개인적으로 그것 참 별로였다. 엄숙한 분위기의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기 보단.. 대체로 몰입을 방해했다고 느꼈음. 차라리 작정하고 한 번 크게 깔깔 웃게 해주던지.. 이도 저도 아닌 간지러운 말장난 같은 것들만 여러번 반복되어서.. 그저 순간 피식하고 마는 정도. 


아주 오래 전에, 엘비스 프레슬리 쥬크박스 뮤지컬인 「올슉업」때도, 당시 유행하던.. 개그콘서트 대사 같은 걸 마구잡이로 극에 넣어놔서 참 거슬렸었는데 말이지. 관객들을 웃겨야 좋은 공연을 봤다고 생각할 거라는.. 강박이 있는게 아니라면, 극 자체의 힘으로 웃음을 줄 게 아니면, 어설픈 말장난이나 유행어 사용은 지양해주면 좋겠다는 생각. 그 후 몇 년 지나 '올슉업' 공연 소식을 또 듣긴 했는데.. 다시 공연할 때는 다~ 빼버려야 했을 거야. 그 개콘류 대사들은. 개콘 대사에 웃고 나간 관객들이 몇 년 지나서도 '올슉업'을 추천할까?



손발이 오글


또 하나, 이 공연에서 자주 눈에 거슬렸던 건.. 노래 하나 끝날 때마다 '마무리 포즈'를 그렇게나 취했다는 거다. 게다가 포즈들이 또 대체로 다 구렸어.. 이를 테면, 양 팔을 쫙 벌리고 박수를 음미하는 것 같은 자세? '이것은 쇼다'라는 걸 자꾸 상기시켜주려는 듯 해서.. 이것도 상당히 몰입을 방해함. 모든 배우가 다들 특정한 포즈를 취하면서 마친 거 보면, 명백히 연출인데.. 연출의 의도인데. 의도의 내용은.. 짐작되지 않는다. 설마, 멋있어 보이라고 그런 거면.. 실!패! 한 곡 끝날 때마다 왜 멋있어 보여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멋있지도 않아. 촌스럽다고. 


그 곡에 어울리는 자세와 포즈로 마무리 했어야 한다고 본다. 노래 하면서 소리 좀 질렀다고 '자~ 박수~'라고 말하는 듯한 자세라니... 장난쳐!!!! 



좋은 뮤지컬이란..


사실, 이 후기를 한달여 지나서 쓰는 중이라.. 구체적인 장면이나 대사, 순간적으로 느꼈던 감상 등은 다 흐릿한 상태인데;; 

그나마.. 메모해둔 내용 중 하나가 '좋은 뮤지컬이란 노래가 극적 효과를 증대해줄때. 단순히 대사가 노래인 정도는 no no'... 

(벌써 단점만 세 개째-_-;)


이 공연에 나온 넘버 중, 기억에 남는 게 없기도 하고.. 뭔가 쎈 - 부르기 힘든 - 곡들은 많았다 기억이 되는데. 배우들이 소리를 크게, 높게, 길게 내야 했고.. 다들 잘 했고. '어려운 노래 잘들 하네'라고 생각한 기억은 (어렴풋하나마) 있는데. 역시.. 특정 넘버나 그 넘버가 있는 장면을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진 않아서 (이건 공연 직후에도 그랬다..) 푹~ 빠지고 취해서 본 노래나 장면은 없는 걸로... 


노래도 하고, 춤도 하고, 이야기도 들려주어야 하는 뮤지컬의 특성상 스토리라인은 대체로 단순화되긴 마련인데. 그러므로 넘버들을 통해 극에 대한 몰입을 높여주거나, 감정에 호소하고 공감을 끌어올리거나, 극적인 연출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내가 너무 까다로운 것도 있지만. 물론.



그래도, 볼만한 공연


뭔가.. 투덜거리는 것부터 먼저 했는데 ^_^; 


그래도 한 번쯤 볼 만한 뮤지컬이라고는 생각하며, 두 번은 보러 안 갈 거지만 그리 욕할 수준은 아닌, 나름 웰메이드 뮤지컬이긴 하다 (again, 내가 좀 까다로워서..)


'대작' 소리 한 번 들어보려고 작정하고 만든 것 같은.. 규모감은 확실. 

총소리, 폭발소리도 아주 그냥.. 블록버스터급이다. 탕탕탕 우르르쾅. 펑~

볼 거리 충만한 장면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고 


괜찮은 원작 덕분일테지만, 자연을 거스르려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 또한 나름 흥미롭다. 원작이 장편소설이었는지(???) 이야기를 펼치는 속도가 꽤 빠름 (이건 아주 맘에 듦!!!) 대하장편 드라마를 압축시키느라 숨차게 달리는 것 같은.. 그런 속도로 우다다다 펼쳐놓는다. 지루할 틈은 없다능. 


그 와중에도, 누군가는 2막이 좀 지루했다는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2막이 좀 더 보기 쉬웠음. 1막은 비교적 한정된 공간(연구실, 집 등)에서 인간의 고뇌 - "내가 신에 맞서 생명을 창조해도 되는 거야~~~♪" - 를 주로 노래하는 탓에.. 발음이 뭉개져 들리면, 그 감정 따라가기 어렵고 그러므로 잘 안 들리는데 예민해지고 했는데. 2막은 나름 장면 전환도 잦았고, 그러므로 대사(발음) 듣는 거에 엄청나게 집중하지 않아도 스토리 따라가기 아주 어렵진 않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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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담화를 더 많이 하긴 했지만.. 한 번은 볼 만한 공연이니까, 별점은 조금 넉넉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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