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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2/2 2pm
충무아트홀 / 조승우, 이영미, 정상훈
1. 두손꾸락 팍팍 힘차게 쎄울 수 있는, 오랜만에 아주 만족한 공연.
일단, 별 다섯 개 주고 시작! ★★★★★
2. 뮤지컬 넘버가, 흔치 않은(?) 스타일. 뭐랄까.. 마치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탱고 음악의 분위기를 미묘하게 섞은 것 같은? '그리스'나 '위키드' 같이 뮤지컬 하면 딱 떠오르는 유명한 서구 팝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신선한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딱 '탱고다!' 싶은 정형적인 멜로디였던 건 아니었고..
동유럽 뮤지컬인 '잭더리퍼' 때도 비슷하게, 익숙한 서구 팝 스타일의 뮤지컬 넘버가 아니었는데.. 그 때보다 더, 흔히 생각하는 뮤지컬스러움(?)을 덜어낸 듯한 음악. (문외한이 뭔가를 평가하려니 말만 길어지고 핵심을 딱 집어내질 못하고 있어;;)
어쨌든, 색달라서 좋았단 얘기임;;;
3. 조승우의 뮤지컬이라서 더, 남주(돈키호테)가 강조되기도 했겠지만..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이건 사실 여주인 '알돈자'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지각한 탓에 도입부를 놓쳐서 그런 건지, 원래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 여튼 정작 돈키호테가 부르짖는 '꿈' 이야기가 그리 와닿지 않아서.
아, 이야기 자체는 재미있다. 그저 나에게는, 돈키호테가 주장하는 '꿈'이라는 메시지가 가슴 안까지 잘 스미지 못했다는 거지. 내가 너무 닳고 닳아서거나..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사고방식을 싫어하는 개인 성향 때문일수도.. 하나의 이야기로써는 재미있지만, 이야기 속의 '꿈'은 단지 '꿈꾸는 것' 그 이상의 무언가가 될 수는 없었기에, 되지 않았기에 그랬을지도...
혹은! 작가의 의도(?)는 이 이야기 자체로 모든 것을 완결짓기 보단, 이야기를 통해 관객(독자)이 스스로 어떤 영감을 얻어가길 원했을 수도 있고. 어쨌거나, 미치광이 돈키호테가 하고자 했던 말은 '꿈'보다 '이상'이라고 하는게 더 어울리는 표현 같았다. 극을 설명하는 소개 등에서는 죄다 '꿈'이라고 하더라만, 그보다 더 닿을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달까.
사실, 미치광이 돈키호테가 자신의 꿈을 주장하는 동안, 그 돈키호테를 통해 변화를 겪은 건 '알돈자'뿐이었다. 돈키호테의 말을 가장 믿지 않았던. 그 점이 메시지라면 메시지일까? ... 하지만 현실에 비추어볼때, 이런 식의 결과는 좀 나이브한 느낌이 듦.
4. 충무아트홀은 예전에 엘비스 프레슬리 쥬크박스 뮤지컬 본 이래, 몇 년만에 온 거 같다. 그 동안 한남동 삼성 블루 뭐시기만 어쩌다보니 줄창 갔는데, 사실 남들이 삼성 블루 어쩌고 홀들 음향 시설이 별로라고 할 때 잘은 몰랐었다. 근데, 오늘 충무아트홀 와보니, 이렇게 음향이 제대로 팡! 팡! 터지는 곳에 앉아 있어보니, '아~ 삼성 진짜 크기만 더럽게 커서 돈만 꾸역꾸역 먹으면서 음향은 여기만 못했었구나!'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틀 전에, 남은 자리 있는 거 보고 낼름 예매해서 간 거라, 1층 제일 뒷 좌석에 앉아 있었는데도.. 연주 소리와 배우 목소리 모두가 관 전체를 꽉 채워 어디하나 새지 않은 채, 제일 뒷 좌석까지 풍성하게 전달되는 걸 듣고 있으니.. "와 이거 가운데 앉아서 보면, 소리 완전 대박이겠는데!"라는 생각이 자꾸 났다.
앞쪽 가운데 앉아 배우들 표정까지 생생하게 보면서 귀까지 호강할 걸 상상하다보면.. '놓치고 싶지 않아!'란 생각이 자꾸 나서 ㅋㅋ 공연이 끝나고 빠져나오자마자 바로 다음 주꺼 또 볼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재정상태가 이미 거지 ㅠ.ㅠ)
뭔가, 충무아트홀에 올라오는 공연은 눈 여겨 봐놨다가, 괜찮아 보이면 보러 가고 싶음 'ㅅ'
5. 이야기도, 배우도, 뮤지컬 넘버도 참 좋긴 했는데.. 흔한 서구 팝 스타일이 아니다보니, 들을 땐 좋았어도 딱 귀에 꼽혀 있는 곡이 없다; 앞서 말한 '그리스'나 '위키드'와 같이, 노래만 따로 떼서 듣는 재미는 조금 덜할 거 같고, 스타일이 독특하기도 하거니와 하두 지르는(?) 데가 많아서 따라 부르기 매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됨.
6. 하지만, 그래도 자꾸 극은 한 번 더 보고 싶다. 5분 지각한 바람에 약 15분을 다 날려먹은 탓도 있고,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조급하기 보다) 이야기 전체를 음미하듯이 다시 맛보고 싶다.
7. 참, 여관주인 역할하신 분. 감초 연기 제대로였다. 하하-
8. 뮤지컬의 기본은, 어찌됐든 뮤지컬 넘버라고 생각한다. 귀를 즐겁게 하는 노래가 없다면, 뮤지컬일 필요가 없다는 게 개인적인 잣대. 그래서 인기 영화를 배경으로 최근에 만든, 눈이 즐거운 뮤지컬들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맨 오브 라만차>는 흥얼흥얼 따라부를 수 없는 뮤지컬 넘버들이긴 했으나, 다른 방식으로 공연 내내 귀가 풍성했으므로, 나의 베스트 뮤지컬 TOP 4에 넣어볼까 함 ㅋㅋ
참고로.. TOP 3는 '오페라의 유령', '위키드', '레미제라블' ㅎㅎ
자세한 줄거리는
http://mirror.enha.kr/wiki/%EB%A7%A8%20%EC%98%A4%EB%B8%8C%20%EB%9D%BC%EB%A7%8C%EC%B0%A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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