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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약속>

2013.12.15 3 PM

제작두레 시사회



대한민국에서 '반도체 회사'라고 하면, 아무래도 삼성이 제일 먼저 떠오를 거고 

매년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고 있다고 하니 대체로 좋은 이미지를 갖고 바라보게 될 거다 

당췌 뭐하는 회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복잡한 하이테크를 다루는 거 같은데.. 뭐 그거 알 필요 있나? 

평민(?)들이야 그냥 '돈 잘 버는 회사'라고 알면 되는 거지


근데.. 반도체, 이거 그렇게 멀리 있는 건 아니다

기술적인 걸 다 이해할 필요는 없다만


우리들 집에 한 대쯤 있는 PC 안에

자나 깨나 쥐고 있는 스마트폰 안에

바로 이 반도체 기술이 적용된다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가 있는데 


쉽게 (또 내가 설명할 수 있는 수준에서-_-)

PC 안의 부품으로 한 번 살펴보면


데이터를 계산하고, 명령어를 처리하는 PC의 두뇌라고 하는 CPU >> 비메모리 반도체

데이터를 계산하거나 명령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나 중간 값 등을 잠깐씩 저장해주는 RAM >> 메모리 반도체, 인데..


대충 봐도, 어느 쪽이 조금 더 고급 기술을 요할지는.. 

기술적 설명 없어도 대충 보이지 않나? 응? 느낌 아니까 -_-?;;  


그리고, 비메모리 반도체니 메모리 반도체니, CPU니 RAM이니 이딴 건 몰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그 이름


미국의 '실리콘 밸리


반도체를 만드는데 쓰이는 일종의 재료(?) 같은 게 바로 '실리콘'

http://ko.wikipedia.org/wiki/%EC%9B%A8%EC%9D%B4%ED%8D%BC


즉, 보통 사람들이 대충 다 퉁쳐서 '컴퓨터 회사'쯤으로 알고 있는 INTEL도 바로 '반도체 회사'인 거고

이런 회사들이 모여 있는 곳이 바로 '실리콘 밸리'인 거다


삼성이 수출 1위라고 맨날 언론을 통해 떠들어댔던 반도체는 

쉽게 쉽게 말하자면 'RAM' 얼마나 팔았나 하는 거고 


CPU보다는 기술적 진보라고 할 만한 게 그리 복잡하지 않은데다

그러므로 조금 더 나은 (보통 속도 상향을 따지는 듯) 제품을 만든 후 대규모로 공장을 돌려 박리다매 전략을 쓸 수 있고, 박리다매로 팔았을 때 단가를 낮춰 이윤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근데 이렇게 공장 돌릴 수 있는 규모의 경제가 되는 게 삼성 정도라고.. 언젠가 신문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출처는 나중에 찾으면 올리겠다 -_-; 읽은 지 오래되서... 찾기 어려움 -0-)


** 2010년쯤 부터는 삼성도 (모바일) '비메모리 반도체'쪽에서 차츰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는 한다

** CPU 정도의 하이테크는 아니라 하더라도, 세계 1위라는 것 자체로 의미는 있다. (그들의 위대한 실적 자체를 깔아뭉개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


그리고


이런 삼성의 화려한 성과 뒤로

언제부턴가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어린 소녀들이 백혈병 등 희귀병에 걸려

목숨을 잃기 시작한다


삼성은, 회사 작업장은 아무 문제 없다고 존나게 말하고 있고.. 



근데, 


왜, 


저 실리콘 밸리에서는 이런 문제가 안 일어날까 



실제 반도체 공장에서는 인체에 유해한 화학약품들을 사용하고 있는데

(삼성의 주장은 인체에 유해한 화학약품을, 인체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사용토록 한다- 쯤 됨)


왜, 미국은 조용할까?




답은 의외로 싱겁게..


미국 '실리콘 밸리'의 회사들은 개발 development 중심의, 개발만 하는 회사들이고

생산 manufacturing 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반도체 회사들을 공장이 없는 fabless 회사라고 한다)


INTEL

AMD / ATI

NVIDIA


다아- chip 을 설계하고 개발하는 회사이지만

직접 실리콘 웨이퍼를 만들지는 않는다


이러한 유해 사업장은

대만으로, 중국으로 넘겨 버렸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는 얘기는 아님 -_-)


대만은 세계 최대의 실리콘 웨이퍼 생산국이다



###



삼성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문제에 대해서는

대략적으로나마 뉴스를 통해 듣고 있었고


페이스북을 통해 제작 두레 소식을 듣게 되어

망설임 없이 적은 돈이나마 후원을 했다



언론은


이미 자본권력 앞에 

딸랑딸랑 이쁜 짓하기에도 바쁘단 걸


MBC 이상호 기자의 X 파일 사건에서 충분히 학습했었기에


죽어가는 사람들의 말을


아무도 전해주지 않을 거였기 때문에


나라도 자그마한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나라도 자그마한 도움의 될 수 있어서, 기쁘다

마침내 영화로 만들어져 세상에 나왔다



###



영화는 자본권력이나 사회를 비판하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감독 또한 계속 말하듯이 


'아버지의 (딸에 대한) 약속'에 대한 이야기다


대한민국 1등 기업이라는 삼성에, 내 딸이 취직을 하다니 

어이쿠 좋다 어이쿠 좋아- 동네방네 소문냈던 평범한 아버지


어느 날 갑자기 딸이 백혈병에 걸려 죽어버렸는데

내 딸과 함께 일했던 다른 아이들도 여러 희귀병에 걸려 죽었다는데, 죽어가고 있다는데


회사 작업장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아예 알 수도 없고


그럼에도 내 딸이 대체 왜 죽어 가는지 왜 죽어야 했는지


알고 싶었던 


한 아버지의 싸움이다 


돈 없고, 힘 없고

맨 몸으로 뛰어다닐 수 밖에 없었던


우리 아버지의 이야기..



적은 돈으로 겨우 겨우 만든 영화이기 때문에 

돈 펑펑 투자한 다른 영화들 같은 화려함은.. 기대하기 어렵긴 하다만


크랭크인 직전에 배우가 출연을 취소하는 등

자본권력과 행여라도 맞서는 모습으로 비추일까

최소한 피하기라도 해야 했던 여러 상황을 틈에서

난항을 겪은 끝에 겨우 나온 작품이다


그리하여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같은 눈을 즐겁게 하는 장면은 없지만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변호인>도 그랬지만


너무 잔인한 우리들 모습도

너무 이기적인 우리들 모습도


모두 실재했던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애틋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영화였다



"저는 무식하고 못 배워서, 이 재판장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제 딸내미가 일하던 공장에서는, 그냥 아무도 아니고 백혈병 환자들이 참 많이 생겼어요. 택시 운전을 하다 보면요. 술 취해서 돈 안내고 도망가는 사람들이 꼭 있어요. 그 사람들 쫓아가서 잡으면 뭐라 하는지 알아요? 돈 냈다고 아저씨가 사기 치는 거 아니냐고 잡아 떼요. 그러면서 돈 안 낸 증거를 내 놓으라는 거예요. 


회사나 공단도 마찬가지예요. 우리가 산재 신청을 하면요, 우리한테 그 증거를 내놓으래요. 영업 비밀이라고 자료도 내놓지 않고, 작업장에서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면서.. 우리한테 증거를 내놓으란 법이 세상에 어디 있어요? 


근데요, 우리한테 증거 있어요. 여기, 여기.. 또 여기, 또 저기. 여기 있는 사람들의 몸. 가족 잃은 사람들. 이게 우리의 증거예요. 이보다 확실한 증거가 또 있을까요?" 



<그것은 알기 싫다>

- 또 하나의 약속 관련 방송 모음


또 하나의 가족만 빼면 모두가 가족 2013.6.19

http://radio.ddanzi.com/index.php?mid=broadcast&category=1176709&page=2&document_srl=1248122

잉여로운 감독의 두서없는 추석 2013.9.18

http://radio.ddanzi.com/index.php?mid=broadcast&category=1176709&document_srl=1505719

지켜야할 약속 2013.12.18

http://radio.ddanzi.com/index.php?mid=broadcast&category=1176709&document_srl=1802102




PS) 아 근데, 영화 예고편이 좀 별로다.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쏘기에는 그다지 매력이 없는 Comm. Mess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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