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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2013.12.20 7:40 PM

서현 메가박스


이런 영화를 만들고 있는 줄도 몰랐는데...

친절한 조선일보가 송강호 급전까지 걱정해주는 바람에

처음 소식을 들었던 영화


개봉에 앞서 미디어 등을 대상으로 사전 시사회가 진행되었고

기자 등 먼저 보고 온 페이스북 친구들의 리뷰를 보면서

아, 나도 꼭 한 번 봐야겠다- 고 생각함


개봉 첫 주 스코어가 좋아야, 차츰차츰이라도 스크린수를 더 늘려잡는 등

첫 주 이후 꾸준히 분위기를 이어가기가 수월해진다고 하길래

또 뿌득뿌득 개봉 첫 주 중에 봐줘야지 싶어 금요일 퇴근하자마자 슝- 달려갔다


그렇긴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겪은 일을 영화화했다는 거 정도만 알고 갔지

어떤 역사적 사건인지도, 급전 필요한(...) 송강호 말고 또 누가 출연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달려갔더랬다


의외로, 내가 좋아하는 아저씨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여 배우 보는 재미도 쏠쏠


급전 필요한 송강호만 겨우 출연한 건가 했더니

곽도원, 이성민, 송영창 ...등등 (내가 좋아하는 아저씨 배우들^^)

오달수, 조민수도.. 


이야~ 실력파 배우들 총출동이네! 하고 감탄하면 보다가, 문득..


자본의 힘이 쎌까

정치의 힘이 쎌까


..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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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1주일 전 다녀온 <또 하나의 약속> 시사회 때문이겠지.. 


자본권력과 맞서 싸운 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크랭크인 직전 캐스팅이 취소되는 등 섭외에서부터 해당 자본의 막강한 영향력을 전방위로 받을 수 밖에 없었고 

(해당 자본이 직접 압력을 넣은 것인지, 그 자본의 영향을 받고 싶거나(!) 받을 것을 두려워한 배우 개인의 판단인지까진 알 수 없어도) 

또한 기업 등 기관의 투자를 거의 받지 못해, 그 자본권력의 영향력 아래 자유로울 수 있는 우리 개인들이 한푼두푼 모은 '제작두레'와 '개인투자'를 통해 겨우 제작이 완료되었다


내년 2월 개봉 예정인 이 영화는, 현재 원활한 개봉을 위해 필요한 비용을 모금하는 '개봉두레'를 진행 중이다. 궁금한 사람들은 한 번쯤 들여다보자. ^-^

http://www.anotherfam.com

http://www.anotherfam.kr/



암튼..


어떤 놈이 더 쎈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정답이 너무 자명해서 아픈 사회..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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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변호인'이야기로 돌아가서 ^_^;; 


송강호를 비롯, 여러 유명 배우들이 출연한 덕분에

뭐가 뭔지 잘 모르는 어린 세대까지도 그저 재미있는 영화 한 편 보러 나올 수 있게 되어서, 그 점은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내가 앉은 좌석 좌우로도 10대, 20대로 보이는 젊은 남녀들이 있었으니

송강호라는 대 배우가 나오는 영화라 보러 온 것 같은 아이들 ㅎㅎ


영화 시작 전 나오는 <또 하나의 약속> 광고를 보고는

"저거 뭐야? 되게 재미 없겠다"고 하던 한 여자 아이는

영화 끝날 쯤에는 눈물을 훔치고 있더라 

(그렇다고 <또 ..약속>을 보러 갈지는 모르겠다만;;)


그러니까 

이 영화 출연해, 열연해준 모든 배우들이 참 이쁘다. 흐흐-  


뭐..

이게 노무현의 삶이고 아니고를 떠나


세속의 성공을 꿈꾸던 한 남자가

어떻게 인권을 외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인생 드라마로써 볼만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드라마로써만 보면.. 

나쁜 캐릭터의 정형성이라든가.. 하는, 좀 뻔한 구석도 있었던 거 같은데


그렇다고 해도 그걸 재미를 기준으로 함부로 재단 할 수 없는 건

그게, 이 나라의 역사였기 때문이고

그게, 실제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이지 


간간히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들도 있었고

어떤 감정을 강요하기 위한 장치는 전혀 없었음에도


보는 내내 애틋한 마음이었던 건

그게, 이 나라의 역사였기 때문이다


영화의 소재가 되는 '부림사건'은 1981년 벌어졌고

그 때의 권력자들이 지금의 기득권으로 살아가는 한

우리가 현대사를 제대로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는 

몇 십년이 지나서도 늘 이렇게.. 제한되어 있겠지


그렇게, 역사는 몰라도

재테크 정보는 꿰고 사는 젊은이들만 줄줄 양산되는..

그게 성공이라고 말하는 사회

우리가 사는 사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여전히 너무 씁쓸했던 건


정치 권력은 30년 전과 하나도 달라진 게 없고

국가 조직은 여전히 '빨갱이 만들기'에나 힘 쓰는 세상이라서.


전기고문실의 공포, 아직도 치가 떨려 (2013.12.21)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16417.html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불현듯 한홍구 교수의 <대한민국사>를 다시 처음부터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안녕하기 힘든 사회다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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