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늘근도둑이야기>
6월 22일(일) 오후 3시
알과핵 소극장
http://ticket.interpark.com/Ticket/Goods/GoodsInfo.asp?GoodsCode=08003326

캐스팅: 박길수, 박철민, 민성욱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극의 전체적은 흐름이나 줄거리는 아니지만, 일부 장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금의 스포일러에도 노출되지 않은, 완전무결한 상태를 원하신다면 더 이상은 읽지 말아주셔요. -_-;


"연극열전2"의 두 번째 작품, <늘근도둑이야기>
'연극열전1'은 심지어(...) 있었는지도 몰랐는데;;;;

'연극열전2'가 지금과 같이 널리 알려질 수 있었던데는 프로그래머인 배우 조재현의 힘이 컸지만
(조재현은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나와서도 그렇게나 연극열전2에 대해 말하고 싶어했다.)
내가 '연극열전2에 관심을 갖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장진" 감독이었다.
평소에 영화 감독으로 좋아하는 분인데, 그가 시나리오도 쓰고 연출도 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는 거 아닌가? 당연히 눈이 뜨이고 귀가 열리는 소식이었다는. ㅎㅎ

프로그래머 조재현이 만든 '연극열전2'의 키워드 중 하나는 '스타 마케팅'이다.
이미 배우 한채영, 추상미 등이 연극열전2를 통해 무대에 섰고,
지금도 박철민, 고수, 홍경민, 이순재 등의 배우들이 무대에 서고 있다.

그리고 이 스타마케팅의 선두에 섰던 사람이 바로  장진 감독과 바비인형 한채영이었다.
내가 그랬듯이, 장진 감독 특유의 이야기 & 말솜씨 (유머감각)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았으리라.
아마도(?) 장진 감독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바비인형 한채영도 함께 동원(?)되었고,
지난 해 11월 장진 감독과 한채영을 내세운 연극 "서툰 사람들"이 '연극열전2'를 열었다.

뭐.. 결과적으로 바비인형 한채영이 연극 무대에 선다는 화제를 만들었지만,
실제 공연이 진행되면서 관심을 모았던 것은 더블캐스팅 배우인 '장영남'

소극장 공연이라는 것은 단지 규모가 작은 게 아니라, 관객과의 거리가 매우 가깝다는 의미이다.
연극의 감동을 직접적으로 느끼기에도 좋지만, 서툰 연기는 금새 눈에 잡힐 수 밖에 없다.

또 소극장 공연, 규모가 작은 공연은 출연 배우가 많지 않다.
대게 주연 배우 두 사람 정도가 1~2시간 정도의 극을 몽땅 이끌어 가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신뢰할 수 있는 연기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장영남은 눈에 띄었던 반면, 한채영은.... 반응이 썩 좋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 적고 나서 팜플렛을 보니 '강성진'도 출연했었다... -_-
내가 '류승룡' 캐스팅으로 봤더니;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류승룡'씨도 <별순검>에 출연한 배우라지; 내가 <별순검>을 안 보다 보니.. 허허헛-



어쨌거나, 하하- 호호- 신나게 웃으며 관람한 후,
올해 들어 격무에 시달리느라(-_-) 잠시 '연극열전2'를 잊고 지냈었다.

다시금 '연극열전2'를 향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배우 박철민이 출연한 tvN[taxi].
가수 김창렬, 코미디언 이영자가 택시 뒷좌석에 게스트를 태우고 진행하는 토크쇼다.

대학로에서 [taxi]를 탄 박철민이 그랬다.
조재현이 나가서 홍보 좀 하라 그래서 나왔다고... -_-;; (장하다! 조재현! ㅋㅋ)

그러면서 덧붙였다.
우리 연극 <늘근도둑이야기>는 너~~~무 잘 되고 있어서 홍보 할 필요도 없는데 나가라 그랬다고,,
홍보를 하려면 최화정이 출연하고 있는 <리타 길들이기>를 해야 하는데, 거긴 좀 힘들다고. ㅋㅋ

일단 박철민의 입담에 맘이 동했고, 앵콜 공연 중이라는 점에서 볼 만한 연극이라는 확신이 섰다.
이거 보려고 웹을 뒤적이다가 <블랙버드>를 알게 되었고, 마침 <블랙버드>는 할인 기간이라서 그 연극을 먼저 보게 된 것이었다. -_-; (물론 그 즈음 진지한 연기를 보고 싶다는 욕구가 매우 크다는 이유도 있었다. 하두 재미없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많이 봐서, 살아있는 연기에 목말라 있었달까;;;)

<늘근도둑이야기>가 막을 내릴 즈음이 되어, 예매를 하려고 찾아 보니..
그새 3차 공연 일정이 올라와있다. 두 번째로 앵콜 공연을 한다는 거다.
그리고 이 3차 공연 시작하고 약 일주일 정도 할인을 해주길래 (뗄레야 뗄 수 없는 돈 문제 ㅎㅎ)
박철민이 출연하는 날짜를 골라 예매를 했다.

원래는 오리지널 캐스팅(?)인 유형관+박철민 콤비를 보려고 했었지만...
할인 기간내 시간을 맞추다보니 박길수+박철민 캐스팅으로 보게 되었다.

연극에 대한 사전 정보라고는... 더 늙은 도둑과 덜 늙은 도둑이 도둑질하러 간다..는 정도? -_-
도둑질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샤랄라~ 하고 펼쳐지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고,
극의 절반 정도는 도둑질하러 들어간 집에서 두 도둑이 노가리를 깠고 -_-;;;;
나머지 절반은 경찰서에 잡혀가서 뺀질거리면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면 상당히 평면적이고, 직선적인.. 수수한 느낌이 드는데,
실제로는 시작부터 하하하하하하하하 호호호호호호호호 웃느라 정신이 없다.

이건 뭐.. "박철민 1인극"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박철민의 입담이 좋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작은 무대. 가운데 놓인 단상 위에 두 도둑이 앉아 종알종알 떠들어대는데,
단지 그것뿐인데도 극이 시작되고 나면... 차츰차츰 점점- 점점- 무대에 집중하게 된다.

이미 3개월째 진행되는 연극이다 보니, 적시에 던져 주는 위트 있는 '애드립'하며,
소품 가방을 무대 뒤에 놓고 나와 버릴 만큼 여유 있는 배우들... 아니, 여유 있는 '박철민'씨. ㅎㅎㅎ

더 재미있었던 것은 가방 놓고 무대로 나온 후의 대사.

"이런.. 회상씬 하다가 (이전 씬에 있었던 소품인) 가방을 놓고 나와버렸네.. 아이~ 도둑질하러 와서 물건을 잊어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허허허."

다시 쏙 뒤로 들어가서는 가방 챙겨 나온 후 또 주절주절 애드립을 던진다. ㅎㅎ
아예 모든 걸 까발리는(?) 애드립에 더 늙은 도둑인 박길수님은 살짝? 아주 살짝? 흠칫하시고.

이런 여유 있는 애드립을 던질 수 있었던 것은 물론 관객이 지켜보기만 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 연극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뭐랄까.. 관객과 함께 호흡한다는 느낌? 극의 전체적인 흐름에 영향을 끼치는 수준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배우들에게 집중하도록 하며, 지켜보기만 할 뿐 아니라 무대와 함께 간다는 느낌을 주는 'interactive play'라고 해야할까?!

적은 부분이나마 극을 채워주고 있다는 느낌.
체험적 관람.. 이라고 하면 어떨지.

무대 위의 배우가 직접 관객에게 대사를 던진다. 그것이 주고 받는 대화는 아니지만, 관객이 무대 위 배우의 대사에 반응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장면이 소주를 따르는 씬.
처음, 배우가 입으로 뽁- 소리를 낸다. (좁은 입구의 병에서 액체가 쏟아져 나올 때의 그 소리)

효과음이 아니라 입으로 낸 소리구나. 푸훗- 하고 살짝 웃고 있는데, 같이 좀 해달라는 거다.
그러면 모든 관객들이 소주 따르는 동작을 할 때마다 뽈뽈뽈뽈~ 하고 소리를 내준다.
그 준비되지 않은, 정돈되지 않은 관객들의 합창(?)에 또 푸훗- 하고 웃음이 난다.

그러면, 병 입구가 완전히 기울어질 때부터 소리를 내야지, 너무 이르다며 배우가 타박을 준다.
다시 소주를 따르는 동작. 소주병만 지켜보던 관객들이 비교적 일치한 효과음을 낸다.
우리들끼리 키득키득- 하고 있으면, 배우는 또 잘했다고 칭찬을 한다. ㅎㅎ

뭐.. 이런 거다. 내가 "체험적 관람"이라고 명명하는 부분이. ^^;


또, 무대 바깥의 이야기들을 아주 재치있게 가져와 써 먹는 것도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이다.
이를 테면, 미술품은 미스 신이 전문가라고 하니, 아니다 저~기 에비랜드에 홍 여사가 최고다라고 주고 받는 부분이나, 살짜쿵 정치인을 희롱하는 대사, 그리고 박철민의 출연작인 뉴하트에 대한 코멘트까지. ㅋㅋ


전반부는 두 도둑이, 후 반부는 검사까지 세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흘러가는 극이긴 하지만,
박철민의 비중은 1/2, 1/3을 훌쩍 뛰어넘지 않나.. 생각한다.

웃음이 터지는 대사, 연기 대부분이 그의 몫이고,
여유롭다 못해 능글스러워 보일 정도는 그는 참 잘해낸다.
"(이 연극을) 3개월이나 하고 있는데 3개월 동안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어"와 같은 극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큰 웃음을 유발하는 대사(?)인지 애드립?을 뱉어낼 수 있는 경지.. 라고 해야 하나.

비록 작은 공간이긴 하지만, 왜 객석 점유율이 120%이고 - 보조좌석까지 -
왜 3차 공연을 하고 있는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2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선배 박철민의 애드립에 순간 뻘개진 얼굴으로 화답(?)한 검사역의 배우 민성욱씨도 참 좋았다. 능글능글한 선배 박철민과 주거니 받거니 연기를 하는 모습도 좋았고, 박철민 때문에 순간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애쓰는 모습도 좋았고, 무엇보다 얼굴이 내 타입(-_-) 이었다. ㅋㅋㅋㅋㅋ
저~ 위에 사진은 좀 못 나온 듯;;

공연장을 빠져 나오면서, 나중에 한 번 더 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두 번째 공연은 더블캐스팅인 정경호 캐스팅으로 볼까 싶으면서도,
원체 입담이 좋고 3개월째 공연을 하면서 애드립이 더욱 진화(?)한 박철민씨의 여운이 남아 쉽사리 "그래! 박철민 캐스팅은 봤으니까 두 번째는 정경호다!"라고 마음 먹을 수가 없었다. -_-

박철민씨 입담이 어느 정도인고 하면... 공연을 마치고 인사를 하면서도 이랬다.

"요즘 늘근도둑이야기를 하면서 제 인기가 좀 올랐습니다. 압니다. 인기라는 게 구름 같아서 순간에 또 확 사라진다는 거. 그래서 인기 있을 때 좀 거만하고 잘난 척 하렵니다. 이 인기가 확~ 사라지고 나면, 잽싸게 겸손해지겠습니다."

박철민씨 특유의 말투-억양으로 들으면 더 재미있다. ㅋㅋ

배우가 연기를 못하면 싫고,
가수가 노래를 못하면 싫고,
코디미언이 안 웃기면 싫다.

(전문 배우/가수/코미디언이 아니라 엔터테이너를 표방하고 나오는 연예인은 해당 없음.)

그렇기 때문에,

프로 배우들의 무대에는 언제나 신나게 손꾸락 두 개! 펼 수 밖에 없는 거다. two-thumbs up!
재미난 연극을 100% 혹은 그 이상으로 가득 채워준 멋진 배우들이 있어, 관객은 행복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