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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Sep. 2011

트렌스젠더, 게이, 레즈비언에 대해서 딱히 혐오 감정 같은 건 없긴 했지만
그렇다고해서 그네들에게 엄청나게 관심(호기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라서

이걸 볼까, 말까, 고민은 좀 했다.  

근데 뭐, 그런 거지..

여행지에서 남들 다 가는 데만 쫄쫄쫄 돌아다니긴 싫은데, 그렇다고 남들 다 가는 데를 제끼려니 좀 찜찜한 거 -,-

사실, 트렌스젠더가 출연한다는 호기심 요소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쇼, 퍼포먼스만을 따져보면 그닥 재미 없을 거 같은 느낌이 강하게 오는 것도 좀 망설였던 요인 중 하나. 그래도 '태국의 3대 게이 쇼'라고  하니까, 크게 부담될 정도의 가격도 아니고 해서 예매를 했다. (1인 600바트, 한화로 23,000원 정도)

첫 날 마지막 일정이 사이먼쇼. 반잔마트 구경을 마치고 슬슬 걸어가기로 했다. 
 

요 녀석이 푸켓의 교통수단인, 툭툭. 비싸다 -_-


대표적인 교통수단이라고 하니, 경험상 한 번 타볼만도 했지만, 있는 내내 한 번도 안 탄.. 툭툭. 굳이 타봐야 알 것 같은 이국적인(?) 탈 것도 아니니. ㅋ 


구글 지도를 뒤져 미리 찾아본 두엉짓리조트(A) → 사이먼 쇼(B) 가는 길. 1km도 안 되는 거리라고 나와서 픽업도 신청 안 했다. 시내 구경하다가 시간이 간당간당하면 툭툭을 타고 갈 생각도 했었지만. 1시간 정도면 충분히 걸어서 갈 수 있을 것 같아 가는 길거리의 상점들을 구경하면서 느긋하게 이동.

걸어다니면 얼마나 좋아. 이런 것도 구경하고. ㅎㅎ


한 번 꺾어야 하는 지점이 살짝 헷갈려서 길을 잘못 들 뻔 하기도 했지만, 근처 건물의 경비 아저씨에게 물어보고 다행이 헤매지 않고 도착. 


예매한 티켓으로 바꾸고 


화장실 다녀오고. 그래도 시간이 좀 남아서 바깥에 앉아 있으니 앞 시간대 쇼가 끝나고 출연자들이 배웅하러 우~ 나온다. 그 유명한 겁나 비싼 포토 타임. 덕분에 미리 언니들 구경 좀 하다가.. 들어가서 착석.


자리마다 작은 물병 1개씩. 화면에는 사진 찍거나 동영상 촬영하면 안 된다는 경고문이 떠 있고. 물 안 마시고 자리에 그대로 두는 가는 사람들도 많길래, 새 물통 몇 개 집어왔다. 사이즈가 작아서 시내 나갈 때 하나씩 들고 나갔다가 다 마시면 버리고 버리고 하니까 딱 좋았음!


쇼는..


역시,


별 거 없었다. -_- 


그저 이런 저런 곡에 맞춰 화려한 의상을 입고 춤추고 노래하는 것 뿐. 워낙에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쇼이다 보니, 다른 나라의 유명한 곡에 맞춰 노래하거나 춤추는 성의가 간간히 섞여 있기는 하다. 원체 중국 관광객들이 많아서인가.. 중국어 노래할 때는 막 소리지르고 환호하고 시끌시끌했다. 한국 노래는 원더걸스의 Nobody였는데, 분명 객석에 한국인 관객들이 있는데.. 조용하다. 우린 그렇게 소리지르고 하는 거 챙피해! ㅋㅋㅋㅋㅋㅋㅋ

이게 태국의 3대 쇼이고, 허접한 수준에 비해 객석이 꽉 차 있는 건, 여행 패키지 상품에 반드시 들어가 있기 때문일테지. 중국인들이 또 단체로 우르르르 패키지 여행을 잘 다니고. 그러니 쇼 중간에, 아마 앞의 일정이 밀려서 늦은 듯한 한 떼의 사람들이 우~ 입장을 하고 그러지 말이야. 공연을 즐기는 사람으로써 참 여러모로 점수 주기 힘든 상황. :(

기왕 즐기기 위해 떠난 거니까, 마음 너그럽게 갖자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2만 5천원도 엄청 아까워했을 꺼다. 요즘 대학로에 2만 5천원짜리 소극장 연극을 봐도 그 정도 퀄리티는 아니라고. 

아, 물론 무대가 크고 화려하고, 전반적으로 규모가 좀 있긴 하다. 색다르게 볼 수 있는 전통 무용이나 웅장하게 구성한 몇몇 퍼포먼스는 꽤 좋았다만, 어째선지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 있는 인상은 허술하고 고급스럽지 않다.. 라는;; 

그래서 결론은....  ★★☆

굳이 취미가 없다면, 일정이 빡빡하다면, 제껴도 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단, 본인은 취미로 공연을 좀 보러 다녔던 터라 남들보다 좀 더 까다로울 수 있음;;)

공연이 끝난고~ 이제부터는 그 유명한 '포토타임'


요래 요래 배웅겸 같이 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 함께 찍고 팁을 받기 위해 나가는 길목에 언니들이 죽~ 서 있다.

한 앵글 안에 같이 들어가서 사진을 찍으면 최소 100바트 정도였나, 팁을 줘야 하므로, 나는 그냥 멀찍이 도찰 아닌 도찰을; 

이 언니들은 팁을 받기 위해 사진을 찍는 거라서, 나처럼 멀찍이서 들이대는 카메라 안에 안 잡히려고 은근히 피해 다닌다. 아주 그냥 돈 안 낼 카메라는 발견하자마자 고개를 휙- 휙- 돌려버려. 싫은 표정 감추지도 않고 말이지.


이 언니, 쇼의 주연은 아니고, 앙상블 정도의 역할이었는데.. 공연 중에도 인물이 제일 나아 보이더니만, 역시 포토 타임에 인기가 젤 좋다. 덩치(...)가 좀 있거나 미모가 좀 떨어지는 트렌스젠더 언니들은 무섭다 싶을 정도로 공격적으로 사진 찍자고, 찍자고, 찍자고 손짓을 해대는데. 이 언니는 별로 그럴 필요 없이, 우아하게 살랑 살랑 거리고 있는 걸로도 충분 -.,-


유머러스한 노래와 춤을 보여줬던 출연자. 웃음을 유발하는 배역이 호감을 줘서 그런지, 날씬하고 이쁜 언니들 사이에서 아직 남성미(...)를 잃지 않은 희소성이 있어서 그런지.. 나름 손님 있음. 잘 팔리는 언니들에 비하면 모자라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우악스럽게 손짓을 해대지는 않더라. 외모 점수가 높지 않은 부류의 언니들은 아예 첨부터 어느 정도는 기대감을 접고 나오는 모양.  


사실 안 예쁜 건 아닌데, 그렇다고 확 눈에 띄진 않고.. 하는 어중띤 언니들이 주로 공격적이다. 위 언니도 꽤나...


다들 팁 챙겨 받는 모습은.. 몇 명의 동생들 뒷바라지를 위해 억척스러워진 듯한 큰 언니 포스;;;

진짜 무서웠던 건, 누구 하나 사진 찍는 거 같다- 싶으면 우~ 달려 들어서 일단 함께 찍힌 후에 돈 달라고 돈 달라고 하는 거. 사진 찍으러 나온 사람은 only 투샷을 생각하고 나온 것인데, 본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둘셋이 달려들더니 죄다 돈 내놓으라며 내미는 손.. 눈쌀 찌푸려지는 행태였다. 혹은, 사진 한 번 찍은 사람이 두 번 찍을 확률도 높을테니, 사진 찍고 돌아서는 사람을 극구 잡아서 함께 찍고는 당당하게 내미는 손. 쯧쯧.


이들을 보면서 또 한 편 느꼈던 건, 매우 노골적으로 여성이라는 성을 팔고 있다는 점. 이들이 여자로 살고 싶었던 게, 고작 이런 것일까 싶어서 같은 여자로서 어쩐지 씁쓸한 마음.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경우라 하더라도 안타까운 마음인 건 마찬가지고.

어느 블로그에선가 (정체성 어쩌고 하는 고차원적인 문제가 아니라)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성전환 수술을 하고 쇼를 한다- 라는 멘트를 보기도 했는데. '설마, 정말 그럴까..' 싶은 얘기라 생각하면서도, 노골적으로 상품이 되어버린 모습에 '혹시..?' 싶기도 했던... 심지어는 사람 얼굴만한 가슴 모형을 달고 나와서는 무지막지하게 흔들어대고 성적인 제스추어로 웃음(??)을 유발하는 배우도 있었고 말이다. 


마지막은 쇼장 앞에서 기념 사진 한 방 찍는 걸로 마무리하고, 숙소로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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