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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2년 전 아키하바라의 기억을 떠올린 것은
며칠 전에 용산CGV에 <몬스터 vs 에이리언>을 보러 갔다가
일본식(?) 오락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굳이 용산CGV까지 찾아간 것은 <몬스터 vs 에이리언>이 드림웍스 영화라서
CGV에 집중적으로 상영하고 있기도 했고, 3D IMAX로 보고 싶었기 때문.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먼~ 길 달려나가 영화 시간에 딱 맞춰(...) 도착했다.
급하게 티켓발권기계를 통해 결제를 하고 보니 티켓에 선명히 찍힌 두 글자 '더빙'

그 순간 머리 속을 휘젓는 이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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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슬
한예슬
한예슬








아니, 뭐...
한예슬이 이쁘기는 해.

그렇지만,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 란 생각에 순간 패닉!
더군다나 급하게 도착해, 급하게 발권했기 때문에 이미 영화 시작 2분 전!!

그래도 말이나 해 보자 싶어서 티켓박스 직원에게 가서 더빙인 줄 모르고 발권했는데 취소 가능하냐고 물어봤더니.. 호오- 별 말 없이 그냥 취소해준다. 다행. +_+

다시 발권한 3D 디지털 자막 버전 상영시간까지는 1시간 가량이 남아서 기웃거리다가 발견한 것이 바로 저 오락실. ^^a (디지털 자막 버전 볼 거 였으면.. 용산까지 갈 필요는 없었는데.. 크흑)


사실, 아키하바라에 놀러 갈 생각은 별로 없었다.
여자 둘이 가는 거였고, 딱히 디지털 기기를 살 계획이 있지도 않았고,
여행 책자에도 그 쪽으로 취미가 없다면 썩 재미있는 동네는 아닐 거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도 아키하바라에 갔던 건, 여행 일정이 상당히 유연했기 때문이었다.
그냥, 그 날 그 날 움직이기 편한 동선으로 구경 다닌다는 정도의 계획으로 떠난 여행.
대략 몇 군데 관광 스팟을 봐 두고, 서로 근거리에 있는 곳으로 묶어 다니자는 정도의 계획? ^^;;


바로 전 날, 이상하게 친절한 캐나다인 때문에 상당히 재미없는 하루를 보내고는
늦은 시간에라도 뭐가 해야 보상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한밤중에 '라쿠아 스파'를 찾아갔었다.

그러고는 느즈막히 일어난 다음 날, 라쿠아 스파에서 가장 가까운 스팟이 아키하바라였던 거다.
"취미가 없으면 딱히 볼 거 없다잖아, 어차피 숙소 가는 길이니까 잠깐 둘러보고 오후엔 다른 데 가자"며 향했던 곳.

그러나 의외로(?) 참 재미있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것 저것 구경 다녔다. +_+
친구도, 나도, 캐릭터 제품이나 키덜트 제품 보는 걸 즐기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지 싶다. ㅎㅎ




내가 일본을 '재미있다'고 느끼는 이유가 바로 위 사진에 있다.

이 디스플레이에서 보여주려고 하는 건, 소녀 피규어.
헌데 이 디스플레이 안에 표정이 있는 작은 장난감을 섞어 놓은 재치를 보라!

뭐, 누군가에게는 그저 '변태적'으로 보일 지도 모르지만... ㅎㅎ

누워서 치마 속을 훔쳐(?)보며 땀 흘리는 녀석과 다리 옆에 수줍게 서서 하트를 날리는 녀석까지.
난 보자마자 '빵
' 터져서, 기념사진 찍어오고 ㅋㅋㅋㅋ


아키하바라도 의외로 재미있잖아? 라며, 안 쪽으로 들어가보니 여기저기 오락실이 꽤 많다.
그리고 대부분의 기계는 인형뽑기이다. 상당히 다양한 종류의.
(아키하바라뿐 아니라 시내 쪽에서는 이런 인형뽑기 오락실이 꽤 많음)

한국에서, 동네 슈퍼마켓 앞에 놓인, 바느질은 제대로 되어 있나 궁금한 정도의 허접데기 인형을 가득 채운 인형뽑기와는 다른, 귀엽고 깜찍하고 성격 분명한 인형들이 어찌나 많던지!!!!!!

다 한 번씩 해보고 싶었지만!!!!

한국의 동네 슈퍼마켓 앞 인형뽑기와는 달리 비싸다!! -_-;
(일본식 인형뽑기 기계를 가져다 놓은 용산 오락실도 비싸다!!)

그래서 그냥 사진만... (쿨럭)


그냥 인형이지만, 이렇게 성격을 부여하고, 스토리를 만들어 주는 것.
이것이 바로 상술 아니겠는가. 알면서도 사고 싶은, '재미'라는 가치를 부여하는 똑똑한 상술.

위 캐릭터는 엘리트 바나나 "바나오(バナ夫)"다.
그림에서 느껴지는가? '엘리트'인 것이? ㅋㅋㅋㅋ

포스팅 하느라 찾아보니 팬사이트(BANAO UNION) 비스무리한 것도 있다.


배너 달자는 정도지만 ^+^

이런 큼지막한 녀석으로.. 도전해보고 싶었..;;;




또 하나, 바로 위의 야리는(...) 토끼 인형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인형을 상당히 뽑기 좋도록? 좋아 보이도록? 배열해둔다. 저 정도 크기의 인형들은 500엔을 넣으면 3번 도전해볼 수 있는데, 저 큰머리 토끼만 해도 머리 위 쪽을 툭- 툭- 툭- 세 번 정도 건드리면 무게가 쏠려 뽑을 수 있을 거 같지 않은가?

이것 또한 상술 아니겠나. 왠지 할 수 있을 거 같은, 하면 될 거 같은 생각이 솔솔솔 피어오르게 만드는.

친구랑 둘이서, 야- 이건 정말 하면 뽑을 수 있을 거 같아, 저것도- 한 번 해볼까? 아니야.. 그래도 돈이 좀 아까운데.. 이러면서 오락실을 두리번 거리면서 인형 구경을 하고 있는데.

인형을 저 따구로 걸쳐 놨는데도 불구하고.... 있었다!!!!!

집게 발로 몸통을 공략하는 멍청한 일본인 커플이....... 있었다!!!!!!!

친구랑 둘이서 보면서... 가서 말해주고 싶었다.

아니야, 거기가 아니야아아아아아! 몸통이 아니라구! 집게로 인형을 직접 뽑을 생각을 하지 말고, 무게 중심을 기울여야 한단 말이야아아아아아아!!!

속으로만 외칠 수 밖에.
걔들은 결국 못 뽑고 가더라.

인형을 저렇게 배치하고도, 장사가 되는 이유를 알게 해준 커플 -_-


그렇게 오락실을 구경(?) 하던 중


.. 왔다.


내게도 입질이 왔다.

지름신이 왔다.



두 세 번 건드리면 넘어올 것 같은 귀여운 '양의 탈을 쓴 곰(리라쿠마)' 인형. ㅎㅎㅎ

내가 뽑고 싶은 건 하얀색 곰 인형인데,
뽑기 좋도록 걸쳐져 있는 건 갈색 곰 인형.

인형 뽑기 기계 근처를 빙글빙글 돌면서 어떡할까 생각하다가
지나가는 점원을 붙잡고 일단 말해보기로 했다.

하얀 곰과 갈색 곰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초간단 일본어로

"고레또 고레 스윗찌 구다사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랑 이거 바꿔(switch)주세요.)

통한다! 

안 되더라도 말이나 해보자- 해서, 붙잡고 얘기한건데!
그는 의외로 매우 순순히 웃는 낯으로 열쇠를 꺼내 진열장 문을 열어주었다!!!

다시 필사적으로 덧붙였다.

"야사시꾸 야사시꾸 오네가이시마스!"
(쉽게 쉽게 부탁해요!)

어린이가 옹알이하는 수준의 일본어로 부탁하는 게 귀.. 귀여웠나? ㅋㅋ
종업원은 싱글싱글 웃으며, 재미있어 하면서, 하얀 곰을 앞 쪽으로, 아까 갈색 곰 보다 더 앞 쪽으로 진열해주고는, 인형 위쪽으로 집게를 내리면 된다고 팁까지 주고는 (똑똑한 우리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ㅋㅋㅋ) 떠나갔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

그 종업원 덕분에 집게질 두 번만에 인형은 겟또!


이것이 바로 그 인형. 뒤 쪽의 주황색 건물 SEGA가 바로 그 오락실. 이건 나름 인증샷. ㅋㅋㅋㅋㅋ
500엔 주고 인형 하나 구입한 셈이지만, 덤으로 재미있는 에피소드까지.




그리고 저 엘리트 바나나 '바나오'
나중에 하라주쿠 <키디랜드(Kiddy Land)> 갔더니 캐릭터 문구상품을 팔고 있길래 결국 하나 구입.
사촌동생 선물 주려고 카드모양 샤프심을 샀는데.. 사촌동생에게 주지 못해 아직도 내가 가지고 있다는. ㅎㅎㅎㅎ

샤프심을 꺼내보니..

どってもスウィートなナイスガイ
エリートバナナ
バナ夫

엄청 스윗-한 나이스 가이
엘리트 바나나
바나오

.. 라고 써 있다. ㅋㅋㅋㅋ

귀여워하지 않을 수가 없다니까.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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