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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니다 싶었던 불쾌한 악플은 뭐였습니까?

"인터넷에 제 이름을 치고 검색해봤는데 '윤병빈 살인을 청부한다'는 블로그를 보고 정말 경악했어요. 경미는 한동안 미니홈피까지 닫았는데 어떻게 그 틈을 찾아내 글을 올리는 네티즌이 있더라고요.

그중 한 명은 토막살인 운운하며 섬뜩한 글을 올렸어요. 너무 화가 나 고소하려고 그 사람의 신상정보를 알아냈는데 여고생이더라고요. 어이가 없었죠. 아직 자아와 인격 형성이 안됐다고 생각하고 넘겼는데 정말 악플 때문에 죽는 연예인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악플에 대한 대책이 뭘까요.

"악플도 가끔 긍정적인 기능을 해요. 예컨대 '개그맨이 웃기지도 못한다'며 욕하는 댓글은 아프지만 자성의 계기가 돼요. 그런데 문제는 정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악플이에요.

이건 칼만 안 들었지 인격 살인이나 마찬가지거든요. 안 당해본 사람은 그 심정을 모를 거예요. 한나라당에서 사이버모욕죄를 도입한다는데 저는 적극 찬성입니다. 피해자가 아니라도 처벌할 수 있다면 아마 악플이 확 줄어들 겁니다."

http://media.daum.net/entertain/broadcast/view.html?cateid=1032&newsid=20081231120309526&p=hankookis


개그콘서트는 거의 보지 않지만,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간간히 출연한 윤형빈을 보면서 나는 평소에 꽤 좋은 감정을 갖고 있었다.

사실 내가 볼 때는 그다지 제대로 된 독설을 퍼부은 적도 없지만 - 짜고 치는 고스톱 수준..
어쨌거나 '연예인에 대한 독설'을 퍼붓는 것치고는 실제 인상이 너무나 선량하기 때문이다.



또 나는 (어느 정도 나이차 찼을 때의) 사람의 '인상'을 믿는 편이라서, 그것이 그 사람의 삶 일부를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의 선한 인상에서 그가 적어도 '나쁜 사람'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에서와서 알고 보니 나쁜 놈 같더라는 말을 하기 위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반쯤은 홍보용 멘트인 그의 독설에 대해 심각한 수준의 악의적인 글이 올라왔다는 점이 안타까우면서도)

나는 저 인터뷰를 보자마자, 정말로 심각하게 윤형빈에게 묻고 싶어졌다.

"단 한 번이라도 '사이버모욕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고.

"나름의 고민을 거친 후에 인터뷰라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적극 찬성'이라고 밝혔느냐"고 말이다.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철 없는 생각이라고 쓴 소리라도 해야 할지.


최진실의 죽음을 계기로 이슈화된 법안이었고, 한나라당에서 한 때 '최진실법'이라 이름 붙이기를 원했다고 해서, 정말로 연예인(심지어는 일반인) 악플 해결을 위한 법이라고 믿었나?


경찰이 (기꺼이 시간을 내어.. 라는 건 아예 가정조차 하지 않는다 해도) 한가한 시간에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연예인 이름 하나 하나 입력해보고 악플이 달렸나 안 달렸나 확인해줄 거라고 생각하나?

경찰인력이 부족하면, 알바생이라도 고용해서 악플이 달릴 것 같은 캐릭터로 먹고 사는 연예인, 최근에 사고 친 연예인, 혹은 적대적 관계에 있는 아이돌그룹 리스트라도 뽑아가면서 악플 관리해줄 거 같느냐 말이다.

뭐, 꼭 연예인에게 득이 되는 법안이라 찬성하는 건 아닐 수도 있다고 본다. 악플로 고통 받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이 법안이 한줄기 빛이 될 거라 믿어서 공개적으로 찬성했을 수도... 있겠지.

그럼 또 묻겠다.

경찰이 한가한 시간에 누군지도 모르는 어느 국민의 미니홈피 또는 블로그를 살펴 보다가 '어? 이거 악플인데' 하면서, 투철한 대민봉사의 정신으로 자신의 업무가 늘어나는 것을 기꺼이 감내하면서 신고서 작성하고 처벌을 위해 그게 어느 놈인지 파악도 하고 경찰서 출두하라고 (절차를 밟아) 연락도 하고 짠? 하고 나타나면 심문하고 조서 작성하려고 할까?

정말 진짜 놀랍게도 너무나도 정의로운 어느 경찰관께서 그런 모든 귀찮음을 다 껴안더라도 이 자식은 가만두지 않겠다 이를 갈면서 '신고 없이 처벌' 프로세스를 신나게 달려주었는데, 행여라도 참고인 조사가 필요해져 악플의 대상(=피해자?)에게 협조를 구했더니 "귀찮아요.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냥 처벌하지 말아주세요."하면 어쩔건가. 피해 당사자의 뜻을 존중할텐가, 아니면 그동안 해놓은 게 '아까워서라도' 그 악플러 구속시킬텐가??


윤형빈,

당신은 정말 진심으로 '사이버모욕죄'가 인터넷의 수많은 정치적인(말고) "찌질한" 악플러를 자연소멸시키기 위한 법안이라 믿는가?

혹시라도, 연예인으로서 이미지 때문에 차마 신고도 못하고 당해왔는데 이 법안으로 인해 "당신 손 더럽히지 않고도" 지긋지긋한 악플에서 벗어날 거라 믿으며 그렇게 당당하게 '찬성을 외쳤는가?

백치미 캐릭터로 먹고 사는 연예인도 있고, 바보라서 호감 가는 연예인도 있고, 생각 없는 발언을 내뱉는 연예인도 많이 있지만!!

이 법안에 대해서는 그렇게 쉽게 말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기에, 당신에게 꼭 물어보고 싶었다.

"사이버모욕죄가 제정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말했느냐"고.

('운 좋게도' 만약 당사자가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답변을 해줬으면 좋겠다. 지인이 이 글을 발견했다면, 당사자에게도 꼭 알려주길 바란다. 무엇을 기대하면서 '적극 찬성'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사이버모욕죄'가 무엇을 위한 법인지는 작금의 미네르바 사태를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게다.

사이버모욕죄가 제정되면,

아마도 경찰관들께서는 정규 업무의 하나로 매일 서너시간씩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대통령 이름, 영부인 이름, 장관 이름, 한나라당 국회의원 이름 쳐보고 있을 지도 모른다. (당연히 일개 연예인이나 보통 사람들을 향한 악플러를 '신고도 없는데 적극적으로 찾아' 다니기에는 시간이 부족할게다.)

어느 충성심이 남다른 경찰관이 보기에는 '쥐박이'와 같은 표현이 심하게 모욕적으로 느껴질 거다.

그리하여 평범한 누리꾼들도 어느 날 갑자기 "긴급체포"를 당하게 될 지도 모른다.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명박 대통령님을 '쥐박이'로 표현하고, 모욕적인 합성사진을 게재한 네티즌 이 모씨, 박 모씨, 김 모씨, 신 모씨, 강 모씨 등 100여명이 오늘 오후 3시 긴급체포되었습니다."

... 라는 뉴스를 듣고, '아차!'싶어 이전에 쥐박이 운운하며 본인의 블로그에 글을 썼던 다른 많은 누리꾼들. 허겁지겁 쥐박위 관련 모든 글을 삭제해보지만... 이미 캡쳐당한 뒤라 꼼짝없이 또 긴급체포 당하게 될 거다.
 
이 모든 얘기가...

허풍.. 같나?


나는, 경찰이 포털사이트에서 '윤형빈'으로 검색하면서 악플러를 찾아보는 장면이 가장 상상하기 어렵다.

참 미안한 이야기지만... 사이버모욕죄가 제정된다고 해서 과연 '신고 없이 처벌 받는' 윤형빈에 대한 악플러가 있을지도 궁금하다.



- 추신 -
1. 비공개적인 자리에서야 뭔 말을 하든 뭔 상관이랴. 적어도 인터뷰 할 때는 생각을 하자.
2. 개인적인 바람인데... '정경미 포에버'는 이제 그만 집어치면 안 되겠니?
3. 아 또 미안하다. 인격살인이라고까지 표현한 악플에 대해서, 당신의 고통에 대해서는 별 말 안 해서. 의견을 담고 있는 비판이 아닌, 앞뒤없는 악플 다는 것들이야 사라져야 마땅하다. 그 점은 당신이 옳다. 다만, 공개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당신이 좀 더 많이 참아야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왕비호'로 지명도를 한껏 끌어올렸는데... 더불어 찌질한 악플러도 많이 달라붙은 것 같다만. 그렇다고 해서 지명도 없고, (지명도 없어서) 개콘 외에 다른 예능 프로그램은 출연 못하는 '왕비호 이전'으로 돌아갈텐가?
4. 타이밍이 좋은 건지.. 포스팅 마치고 나서 보니, 이런 게 검색어 1위에... <악플에 대처하는 가수 '노라조' 의 자세>
그리고 노라조 조빈의 미니홈피 방명록에는... 하필 왕비호에 대한 언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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