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0일, 하드코어 세계일주

3650일, 하드코어 세계일주

고은초 (지은이) | 예담 | 2010-07-13

1. 아주 간절하게, 남미를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여전히 조금은 무서운 생각이 드는 나라들이지만.. 다음 일정이나 돌아와야할 때를 생각하지 않고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여 한껏 게으름 부리는 사치를 누리고 싶다. 

2. 책의 주인공은 온갖 사건사고를 참 많이 겪는데.. 여행지에 도착하자마자 기가막힌 사기를 당하는 걸 보면, '와- 이건 여행자라면 피해가기 어렵겠구나. 나도 언젠가 가게 되면 조심해야지' 싶은 게 있기도 했으나, 때로 한심해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항공티켓 제외하고 250만원 들고 세계여행을 떠나는 무모함이나 (이런 건 용기도 뭐도 아니라고 본다. 게다가 그녀가 끝까지 여행을 마칠 수 있었던 건, 웹에 S.O.S 사연을 올리니 사람들이 한푼두푼 보내준 돈 덕분. 애초에 본인의 준비 부족으로 인한 민폐를 끼치는 건 ...별로다 -,- 물론, 사기를 당하긴 했다하여도 + 도와준 마음들이야 그렇지 않았겠지만서도) 

가장 기본적인.. 택스와 유류할증료를 고려하지 않고, 세계일주 항공권을 호주에서 사면 싸다고 뛰어다니는 거나.. (항공사에서 보낸 답장에도 떡하니 티켓값 옆에 plus tax 어쩌고 써있었는데!) 

3. 개인적으로는 스스로 자신을 '난 긍정적인 게 장점이야'라고 포장하는 캐릭터들.. 싫어한다. 지가 지 입으로 낙천적이네 어쩌네 하는 사람치고, 뭔가 준비 똑바로 하는 사람 아직 못 본 거 같다. 준비를 뭐하러 해? 낙관하고 있는데! 이들이 '결국 다 잘될꺼야' 따위의 생각이나 하면서 빈둥거릴때, 준비 과정에서 똥빠지게 뛰어다니거나 뭐가 터지면 뒤치닥거리해야 하는 건 남이다. 남. 다시 말하지만, 민폐 끼치는 캐릭터..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의 낙관적인 태도는 참 좋았다^^ 본인의 준비부족이든, 순간적인 덜렁거림이든, 어쩔수없이 당한 사기/강도든, 주저앉아버리도 싶은 순간들을 여러 번 겪는데도.. 그래도 매순간 포기하지 않고, 빈 손으로도 어떻게든 해나가는 모습이 참으로 대단해보였다. 물론, 일면식 없이도 그녀의 블로그 여행기를 읽은 것만으로도 송금을 해준 많은 좋은 사람들과, 또 현지에서 기꺼이 도와주는 많은 좋은 사람들이 있었던 덕분이지만. 그것도 그녀의 복(?)이니까! 

그리고 스스로를 긍정주의자라는 둥 입으로 소란스럽게 굴지 않았기에, 나는 낙천적이면서도 행동할 줄 아는 그녀의 태도가 참 좋았던 거다. 

4. 책 제목이 3650일이지만, 내내 여행을 다닌 건 아니고..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포함 약 10년간 세 번의 장기여행을 다녔던 내용이다. 두 번째가 세계일주, 세 번째는 아메리카 종단. 당연히, 모든 일정을 한 권에 다 담을 순 없고, 생략된 여행지 (아메리카 종단인데 미국 얘기 하나도 없다 ㅎㅎ) 도 꽤 있는 것 같고, 루트가 휙휙 이동하는 것 같은 느낌일 때도 있다. 몽땅 주절주절 늘어놨다면 좀 지루했을 거 같기도 한데 (세 권짜리 남미여행기가 그랬다.. 첫 번째만 책거리한 후 남은 두 권은 방치되어 있음 --;) 그래도 '사이'가 느껴지는 게 조금 아쉬운 느낌으로 남기도 한다. 

5. 함께, 적어도 6개월+ 일정으로 으쌰으쌰 떠날 동행이 있으면 좋겠다. 아직은 용기 부족인 듯..! ㅎㅎ

- 2014.1.31 完讀